정부 “업무개시명령 거부땐 법적 조치” 화물연대 “협박 불응”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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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총 파업]
명령서 송달에 경찰력 동원 계획… 복귀 거부땐 면허취소-징역형 가능
법조계 “전달-처벌요건 다툼여지”… 정부-화물연대 대치 장기화 예고

정부-화물연대 첫 교섭 결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와 국토교통부가 28일 오후 
2시부터 2시간 가까이 첫 교섭을 가졌지만 입장 차만 확인한 채 결렬됐다. 어명소 국토부 2차관(오른쪽에서 두 번째)은 “경기가 
어렵고 산업계 피해가 크니 빠르게 복귀하기 바란다”고 했다. 세종=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정부-화물연대 첫 교섭 결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와 국토교통부가 28일 오후 2시부터 2시간 가까이 첫 교섭을 가졌지만 입장 차만 확인한 채 결렬됐다. 어명소 국토부 2차관(오른쪽에서 두 번째)은 “경기가 어렵고 산업계 피해가 크니 빠르게 복귀하기 바란다”고 했다. 세종=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와 국토교통부의 교섭이 결렬되며 정부의 업무개시명령 발동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28일 정부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29일 오전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화물연대에 대한 업무개시명령 안건을 심의·의결하기로 했다. 당초 이날 국무회의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재할 예정이었지만, 파업에 대한 엄정 대응 의지를 전하기 위해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기로 했다.

업무개시명령에 응하지 않는 화물 차주는 형사 처벌까지 가능하다. 국토부는 “국무회의 의결 즉시 업무개시명령을 지체 없이 진행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명령 발동 요건부터 업무개시명령서 송달에 이르기까지 정부와 화물차주가 충돌하며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 사상 첫 화물연대 업무개시명령 임박

업무개시명령은 심각한 물류 차질이 있을 때 국토부 장관이 결정하고,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발동할 수 있다. 업무개시명령이 발동되면 화물차 기사는 즉각 업무에 복귀해야 한다. 이를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면 최고 3년의 징역이나 최고 3000만 원의 벌금에 처해지거나 면허가 정지되거나 취소된다.

화물연대는 즉각 반발했다. 이봉주 화물연대 위원장은 “정부가 업무개시명령 운운하며 협박하고 있는데 이는 노동자들을 분노케 하는 불씨가 될 것”이라며 “업무개시명령에 응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화물연대는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이 반(反)헌법적이며, 국제노동기구(ILO)의 강제노동 금지에 관한 협약인 ‘105호 협약’ 위반이라는 입장이다. 화물연대 상급 단체인 민노총도 이날 성명을 내고 “정부 논리대로면 화물 노동자는 노동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라며 “개인사업자가 영업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 어떻게 불법이며, 정부는 무슨 권리로 영업을 개시하라 마라 하느냐”고 했다.
○ 정부 “명령 송달에 기동대까지 동원”
곳곳에 흩어져 있는 화물 차주에게 명령을 어떻게 송달할지도 관건이다. 국토부는 업무개시명령이 결정되는 즉시 운송사들을 통해 화물차 기사들의 연락처와 주소를 확보해 명령서를 송달할 계획이다. 행정절차법상 송달은 받은 사람의 주소지에 우편을 보내거나 전자문서를 활용할 수 있는데, 효력은 문서가 송달받을 자에게 도달돼야 발생한다. 전자문서 방식은 화물연대 조합원 동의가 필요해 사실상 우편 방식이 쓰일 것으로 보인다. 당사자가 못 받으면 가족 등 동거인 등에게 수령확인서를 받고 업무개시명령서를 전달할 계획이다.

정부는 경찰 인력도 동원한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업무개시명령 송달에 방해 행위가 없도록 형사·기동대 등 모든 역량을 투입하겠다”고 했다. 국토부는 우편 송달이 어려울 경우 관보나 운송사 게시판 공고 등 공시 송달도 고려 중이지만, 이는 주소 등을 확인할 수 없어 송달이 불가능할 때만 가능하다.

법조계는 업무개시명령 도달이 쉽지 않고 발동되더라도 화물연대가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이동찬 더프렌즈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업무개시명령서는 통상 등기우편을 통해 전달되는데 반송되면 받을 때까지 다시 보내야 한다”며 “도달해도 명령에 대해 불복하는 것도 개인에게 주어진 권리여서 법적으로 업무개시명령이 실효성을 갖긴 힘들 것”이라고 했다.
○ 시멘트·레미콘 대상 발동 유력
업무개시명령의 발동 대상은 레미콘, 시멘트, 정유업계 등 피해가 큰 업종이 유력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 유조차 등은 대체가 어려운 특수 화물차여서 파업 시 피해도 크다”며 “업무개시명령 대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정부와 화물연대는 30일 2차 교섭을 가질 예정이지만 정부가 업무개시명령 발동 시 양측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품목 확대를 주장하지만 정부는 3년 연장 및 품목 확대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이날 “(화물연대의) 불법과 떼법에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화물연대 측은 “국토부가 대화의 진정성을 훼손하는 일 없이 대화에 진심을 갖고 참여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세종=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정부#업무개시명령#화물연대#협박 불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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