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200달러 갈수도”…‘오일쇼크’ 우려에 금융시장 혼란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7일 19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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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 대한 금융 제재와 수출 통제에 이어 초강력 에너지 제재까지 거론되면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세계 경제가 1970년대 오일쇼크 때처럼 물가 급등과 경기 둔화가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는 공포가 커지고 있다. 특히 한국 경제는 원자재 가격 상승 충격에 원-달러 환율 급등까지 겹쳐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 거세지고 있다.
● “국제유가 올해 200달러 갈 수도”
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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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국제 원자재 시장에서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나란히 14년 만에 장중 130달러를 돌파했다. 60달러대 중후반이던 1년 전과 비교하면 2배 이상으로 급등했다. 역대 최고가였던 2008년 7월의 147달러를 조만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서방의 제재로 러시아산 원유 수출이 차단되면 공급이 500만 배럴 넘게 감소해 올해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150달러를 내다봤던 JP모건은 국제유가 전망치를 185달러로 올렸다.

전 세계 원유, 천연가스 수출량에서 러시아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11%, 25%에 이른다. 서방이 러시아산 원유 금수 조치를 검토하면서 이미 시장에선 공급업체들이 ‘셀프 제재’로 러시아 원유를 사실상 퇴출하고 있다.

유가 상승 여파는 원자재 시장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러시아가 세계 생산량의 40%를 차지하는 반도체 소재인 팔라듐은 이날 역대 최고치로 치솟았다. 천연가스 4월물도 2% 가까이 올라 이달 들어서만 15% 이상 급등했다.

금융시장에서도 투자자들의 ‘패닉 셀링’(공황 매도)이 이어지며 주요국 증시가 일제히 급락했다. 국내 시장에서는 외국인(―1조1860억 원)과 기관(―9600억 원)은 2조 원 넘게 팔아치우며 코스피를 2.29% 끌어내렸다. 개인이 7개월 만에 최대치인 2조1100억 원어치를 사들였지만 지수 방어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날 하락한 코스피 종목은 900개로 2008년 10월 이후 가장 많았다.

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62.12포인트(-2.29%) 내린 2651.31을 나타내고 있다. /뉴스1 © News1
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62.12포인트(-2.29%) 내린 2651.31을 나타내고 있다. /뉴스1 © News1

● 유가-환율 동반 급등 부담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유가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이 공격적 긴축에 나설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한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로 안전자산인 금과 달러 가치는 치솟고 있다. 금 현물 가격은 온스당 2000달러를 돌파해 1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원-달러 환율도 1년 9개월 만에 1220원을 넘어섰다.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유가가 폭등하는 와중에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수입물가가 급등해 국내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 거세질 수 있다”고 했다.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내 산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기업들은 3월도 되지 않아 올해 경영계획을 수정해야 할 처지다. 가장 직접적 타격을 입는 곳은 정유·화학업계다. 지난해 SK에너지와 SK인천석유화학은 전체 수입량의 4.7%를 러시아에서 사왔다. GS칼텍스의 러시아산 비중은 9.3%다. 정유업체들은 유가 급등세가 이어질 경우 5월부터 정유공장 가동률을 낮추는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2, 3개월 치 재고를 확보하고 있지만 비축분이 언제 떨어질지 모르고 대체 수입처를 찾기도 어렵다”고 했다.

전자, 자동차업체들은 유가 급등이 글로벌 교역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긴장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유가 급등이 끼칠 파장을 예측하기 힘들다는 게 부담”이라고 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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