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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경제

‘주식 먹튀’ 논란 카카오, 경영진 대폭 물갈이

입력 2022-01-21 03:00업데이트 2022-01-21 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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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대표에 ‘김범수 복심’ 남궁훈
카카오페이 류영준 등 3명도 사퇴
수수료 인상, 골목상권 침해, ‘주식 먹튀’ 논란 등이 잇따르며 창사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한 카카오가 대표를 교체하는 등 대규모 인적 쇄신을 단행했다. 카카오페이 경영진 3명도 물러난다.

카카오는 20일 “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열어 남궁훈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을 단독대표로 내정했다”고 밝혔다. 연임 예정이었던 여민수 공동대표는 3월까지만 업무를 수행한다. 또 다른 공동대표로 내정됐던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는 주식 대량 매도 논란으로 10일 자진 사퇴한 상태다. 이로써 카카오는 김범수 카카오 의장 중심으로 새롭게 경영의 틀을 짜게 됐다. 남궁 내정자는 김 의장의 ‘복심’으로 꼽힌다.

류 대표는 카카오페이 대표직에서도 조기 사퇴하기로 했다. 장기주 경영기획부사장(CFO), 이진 사업총괄부사장(CBO)도 곧 물러난다. 함께 주식을 팔았던 신원근 부사장 등 5명의 임원은 재신임 절차를 밟으면서 매각한 주식을 다시 매입하기로 했다. 카카오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성장을 위해 새로운 리더십을 갖추고 경영 쇄신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 김범수 “신뢰 잃어”… 경영진 매각주식 다시 사들인다


경영진 물갈이로 신뢰회복 나서

“불과 50여 일 만에 다시 ‘뉴리더십’을 말하게 돼 착잡한 마음입니다. 안타깝게도 최근 카카오는 오랫동안 쌓은 사회의 신뢰를 많이 잃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남궁훈 카카오 단독 대표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이사회 의장은 20일 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서 남궁훈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을 새 단독 대표로 결정한 뒤 사내 공지글로 이 같은 심경을 밝혔다. 연이어 내놓은 대책에도 사회적 비판이 잦아들지 않자 전면 쇄신 의지를 밝히며 머리를 숙인 것이다.

정보기술(IT) 업계는 카카오가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는 자회사의 무리한 사업 확장과 수익화 전략에서 시작된 위기를 해결하지 못한 채 ‘땜질식 처방’을 반복한 것이 문제였다고 지적한다. 윤리경영 체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사업을 이어가면서 사회적 논란을 자초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회사 상장 한 달여 만에 카카오페이 임원 8명이 동시에 대규모 주식 처분에 나선 것을 제지하지 못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류영준 대표가 이미 카카오 본사 대표로 내정된 상태였지만 김 의장 등 최고위급 경영진도 시간 외 대량주식매매(블록딜) 결정을 공시로 뒤늦게 확인할 정도였다.

이후 대응은 더 큰 문제가 됐다. 4일 열린 카카오페이 사내 간담회에서도 블록딜의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해 임직원들까지 등을 돌렸다. 카카오 측은 뒤늦게 류 대표 등 카카오페이 경영진에게 시세 차익의 사회 환원이나 주식 재매입 등을 권유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류 대표가 10일 카카오 신임 공동대표 내정자 신분에서 자진 사퇴하면서도 카카오페이 대표 임기는 3월까지 유지하고 나머지 임원 7명의 처분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은 점도 비판을 받았다.

내부에서 해법을 찾지 못하면서 여론은 더 싸늘해졌다. 지난해 말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 역시 스톡옵션을 행사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됐다. 19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카카오페이 먹튀를 철저히 조사하고 예방하겠다”고 밝히는 등 정치권도 나섰다. 20일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스톡옵션 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는 등 금융당국의 압박도 심해졌다.

그러는 사이 투자자들의 피해도 커졌다. 올해 들어 20일까지 카카오 주가는 18.0% 하락했다. 지난해 6월 23일 고점(16만9500원) 대비로는 45.5% 급락해 반 토막이 났다. 연이은 상장으로 시가총액 100조 원을 훌쩍 넘었던 카카오그룹 전체 시총도 80조 원대로 쪼그라들었다. 카카오 사정에 밝은 IT 업계 관계자는 “불이 났을 때 초동 대응에 실패해 집을 다 태운 뒤 불을 끄고 있는 모양새”라고 꼬집었다.

이에 카카오는 김 의장이 책임을 지고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강수를 둔 것으로 보인다. ‘원톱 최고경영자(CEO)’로 내정된 남궁 센터장은 과거 한게임 시절부터 김 의장과 호흡을 맞춘 ‘복심’으로 꼽힌다. 가장 신뢰하는 측근에게 소방수 역할을 맡긴 셈이다. 카카오 계열사 전반의 의사 결정을 위해 확대 개편한 ‘공동체 얼라인먼트 센터(CAC)’의 센터장은 김성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가 겸직하기로 했다. 남궁 센터장이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지 않는 미래 혁신 먹거리 사업 발굴에 주력하고, 김 대표가 계열사 간 조율을 총괄하기로 한 것이다. 김 의장은 “과거보다 규모가 커지고 공동체(계열사)도 늘어난 만큼 (기존보다)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경영이 더 중요해졌다”고 인선 배경을 직접 설명했다.

계열사 중심의 자율적인 경영 방침을 포기한 셈이다. 카카오는 기존 대기업과 다르게 스타트업처럼 틀에 얽매이지 않는 의사 결정 구조로 사업을 추진한다는 점을 핵심 경영 가치로 지켜왔다. 하지만 지난해 카카오가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3위에 오르는 등 대기업 수준으로 성장하자 스타트업식 경영 문화가 오히려 발목을 잡았다.

김 의장은 카카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가장 핵심적인 방안으로 “미래지향적 혁신 사업을 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타버스와 블록체인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내겠다는 것이다.

남궁 센터장도 페이스북을 통해 “전통적인 사업 영역을 디지털로 혁신하려 했던 도전을 두고 비판적인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며 “메타버스를 포함한 새로운 기술 영역에서 카카오의 사업을 재편하고 개척하겠다”고 했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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