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국내에서 임대주택사업 하기 어려워진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월 11일 11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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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부터 외국인이 국내에서 임대사업을 하려면 외국인등록번호와 국적 등을 밝혀야 하는 등 등록절차가 까다로워진다. 국내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중국인을 중심으로 외국인들의 ‘부동산쇼핑’이 늘어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마련된 조치다.

하지만 대출 관련 규제에서 내국인보다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외국인들의 부동산 거래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만큼 이를 관리하기 위한 추가적인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표준임대차계약서에 ‘임대료를 직전 임대료 대비 5% 범위 이내에서 정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2020년 7월31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전월세 상한제’의 실행률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국토교통부는 11일(오늘)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이하 ‘민간임대주택법’)의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이 의결됐다고 밝혔다. 개정 시행령과 시행규칙은 15일부터 적용된다.
● 외국인 임대사업자 등록절차 까다로워진다
개정된 민간임대주택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외국인이 국내에서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려면 외국인등록번호와 국적, 체류자격, 체류기간 등을 기재한 신청서를 작성해야 한다. 현재는 이런 절차가 없어 불법으로 임대사업에 나서는 외국인들도 적잖다.

지난해 6월에 적발된 외국인 A씨가 대표적이다. 그는 무역경영 비자를 받아 국내에 들어온 뒤 수도권 일대에서 빌라와 오피스텔 등 부동산 7채를 매입한 뒤 임대사업에 벌였다. 비자 허용 범위를 벗어난 경우여서 출입국관리법을 어긴 것이다.

지난해 5월에는 유학비자를 받아 입국인 20대 외국인 여성이 수도권 일대에서 빌라를 사들인 뒤 외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임대사업을 벌였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불법 자금을 동원해 부동산을 매입하는 외국인도 있었다. 관세청이 지난해 외국인임대사업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환치기 수법 등으로 840억 원 상당의 서울 아파트 55채를 불법 취득한 외국인이 적발되기도 했다. 당시 관세청은 환치기 조직이 불법 반입한 자금 규모가 1조4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 규제 덜 받는 외국인, 최근 국내 부동산 거래 활기
전문가들은 이런 대책에도 내국인에 대한 역차별 논란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우리 국민은 각종 대출 규제를 받는 데 비해 외국인은 자기 나라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환전해 들어오면 별다른 규제 없이 부동산을 취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각종 부동산 관련 세금 부담이 커지고 있는 우리 국민과 달리 중과세 사각지대에 있다. 현재 국내에서 부동산 세금은 세대별 합산을 적용한다. 그런데 해외 거주 외국인은 세대원 파악이 어렵다는 이유로 이런 규제를 피할 수 있다. 즉 외국인이 자신과 가족 명의로 분산해 아파트를 여러 채 매입해도, 다주택자로 산정되지 않아 세금이 중과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게다가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거래는 최근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 사이 국내에서 이뤄진 외국인의 건축물 거래는 1만9705건으로 집계됐다. 역대 최고 수준이었던 전년 동기(1만9147건)보다 558건(2.91%)이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우리 국민이 느낄 역차별을 해소하는 차원에서라도 외국인 부동산 거래에 대한 보다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토연구원도 지난해 5월 내놓은 보고서 ‘주택시장 영향요인과 향후 정책과제’를 통해 “(최근) 외국인의 주택구매가 전세계적으로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며 “외국인 주택구입에 대한 정의를 재정립해 실거주 목적일 경우에만 허용하고, 비거주 외국인일 경우 구입 제한 또는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등의 세밀한 정책체계틀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 임대차계약서에 전월세 상한제 표시
한편 개정 민간임대주택법 시행규칙에 따라 표준임대차계약서에 ‘임대료가 직전 임대료 대비 5% 범위 이내에서 시도별 주거관련 지수 가중 평균한 값의 변동률을 적용한다’는 내용이 추가된다. 즉 임대료를 5% 이상 올리지 못하게 한 전월세 상한가 규정을 계약서에 아예 못 박은 것이다.

또 바닥 난방 설치가 허용되는 오피스텔 면적기준이 상향(85㎡→120㎡) 조정됨에 따라 임대등록 가능한 오피스텔의 전용면적도 85㎡에서 120㎡로 늘어나게 됐다.

이와 함께 집주인의 임대보증금 보증 가입을 강제하기 위한 처벌 규정도 대폭 강화된다. 우선 시군구청장의 3회 이상 보증 가입 요구에도 이를 따르지 않으면 등록이 말소된다. 또 가입하지 않은 기간에 따라 과태료가 보증금의 5~10%, 최대 3000만 원까지 부과된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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