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리 반발 커지나…“은행 폭리 막아달라” 청원까지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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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11월 9일 08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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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은행 대출창구 모습. © News1
서울의 한 은행 대출창구 모습. © News1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옥죄기와 기준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5%를 넘는 등 대출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대출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대출금리 인하를 촉구하는 게시글에 사흘 만에 8000여명이 동의했고, 은행 지점엔 대출 불만을 제기하는 민원이 늘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가계대출 관리를 명목으로 진행되는 은행의 가산금리 폭리를 막아주세요’란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와 관심을 끌고 있다. 게시 사흘만에 동의 인원 8150명(8일 오후 기준)이 몰려 ‘행정’ 분야 상위 청원으로 단숨에 올라섰다.

청원인은 “가계대출 증가율 규제로 인해 총량이 규제된 결과, 은행 및 금융기관들이 ‘대출의 희소성’을 무기로 가산금리를 높이고 우대금리를 없애면서 폭리를 취하고 있다”며 “이미 받은 대출을 연장할 때도 가산금리를 1%씩 높여서 연장해주곤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에서는 금리 인상을 우려했는데 기준금리나 채권금리보다 은행의 가산금리가 더 먼저, 더 크게 올라가는 이상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이게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로 인한 결과로 원하던 그림이었나”라고 토로했다.

다른 청원인은 ‘잔금대출 이자의 터무니없는 상승을 막아주세요’란 청원글을 통해 “2019년 청약에 당첨돼 중도금대출을 받을 때만 해도 금리가 2%대였는데, 최근 중도금 상환 및 잔금대출을 받으려고 보니 금리가 4%대로 뛰었다”며 “지금이 그때보다 기준금리가 낮은데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이런 상황은 현 정부가 만들었다고 생각한다”며 “대출을 제한하니 금융기관이 갑이 되면서 금리가 오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은행권에선 대출 관련 민원이 5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늘었다. 은행연합회의 소비자 민원 현황에 따르면 올 3분기(6~9월) 은행권에 접수된 민원 건수는 622건으로, 전 분기(573건) 대비 8.55% 증가했다. 특히 여신(대출) 관련 민원이 268건으로 2016년 2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3분기는 은행권이 대출 문턱을 본격적으로 높인 시기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금리) 상품의 금리는 지난 5월 말 연 2.54~4.46%에서 지난 1일 3.97~5.37%로, 같은 기간 변동금리(신규코픽스 기준) 상품의 금리는 2.36~4.16%에서 3.31~4.81%로 올랐다. 이 기간 신용대출 금리는 2.13~3.69%에서 3.35~4.68%로 상승했다. 연말에는 주담대 금리가 최대 6%까지 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출금리가 가파르게 오른 것은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시장금리 상승 영향도 있지만,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5~6%대로 맞추라는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인해 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시장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한 뒤 우대금리를 빼는 방식으로 대출금리를 정하는데, 가계대출 총량관리를 위해 가산금리와 우대금리를 조정해 대출금리를 높이면서 ‘은행들이 폭리를 취한다’는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27일부터 아파트담보대출 우대금리를 최대 0.5%에서 0.3%로 0.2%P 낮췄다. 비대면 부동산담보대출인 우리원(WON)주택대출에서도 0.4%의 우대금리가 사라졌다. 농협은행은 이달부터 주력 신용대출 상품인 ‘NH직장인대출V’ ‘올원직장인대출’ ‘올원마이너스대출’의 우대금리를 0.2~0.3%p 축소했다.

대출금리가 오르는 것에 비해 예금금리는 정체되면서 차주들의 불만은 더욱 커지고 있다.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상품 14개(1년 만기) 가운데 기본금리가 1%를 넘는 상품은 단 두 개뿐이다. 최저 금리는 0.55%이며 최고 금리는 1.55%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국내 은행의 가계대출 평균금리와 순수저축성 예금금리 차이는 2.02%P를 기록했다. 예대금리차(예대마진)가 2%P를 기록한 건 지난 2017년 이후 처음이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이를 용인하는 분위기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시장금리가 상승하고 그것이 대출금리에도 반영되다 보니 전체적으로 예대마진이 좀 더 벌어지는 일들이 있을 수 있다”며 “앞으로 금리 인상 가능성 등을 생각하면 (예대마진이 확대되는) 그런 시대가 계속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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