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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경제

공시가 논란속, 부동산원-감정평가업계 밥그릇 싸움

입력 2021-06-04 03:00업데이트 2021-06-08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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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원 소속 감평사 경력 인정을”… 감평사협회장 이사회서 뜻밖 제안
감평사들 “부동산원 공시업무는 감정평가 아닌 가격산정 업무” 반발
감평업계 “국토부 압박” 의혹 제기… 일각 “지자체와 공시가 갈등 빚자
국토부, 협회 감평사들 의심” 분석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관련 의견 제출 건수가 역대급에 이를 정도로 공시가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가운데 공시가 산정을 맡는 한국부동산원과 감정평가업계의 ‘밥그릇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산하 한국부동산원 소속 감정평가사에게 부동산원 재직 기간을 감평사 근무 경력으로 인정하는 방안을 한국감정평가사협회가 추진하면서다. 하지만 감정평가사들은 법적으로 감정 업무를 하지 않는 부동산원의 감평사에게 재직 기간을 경력으로 인정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 감정평가업계에 확산되는 ‘밥그릇 싸움’ 논란
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개최된 한국감정평가사협회 이사회에서 양길수 협회장은 “공시 및 보상 수탁 업무를 담당하는 부동산원 감평사에게 2016년 9월 1일 이후의 감정평가 경력을 인정해 주자”고 제안했다. 양 협회장은 3주 후 협회 이사들에게 ‘서면’으로 찬성 여부를 묻겠다고 통보했다.

감평사들은 경력에 따라 평가 업무의 종류가 달라진다. 협회 규정에 따르면 3년 차부터는 공시지가 평가, 5년이 넘어가면 경매 평가를 할 수 있다. 경력에 따라 업무와 처우가 달라지는 셈이다.

2016년 9월 한국감정원법 제정 이후 부동산원(당시 한국감정원)은 민간이 수행하는 감정평가 업무를 중단하고 부동산 가격 공시 등 공적 기능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때부터 부동산원 감평사는 감정평가 경력을 인정받지 못했다. 현행법상 유사 감정평가 행위를 금지하고 있고, 부동산원 공시 업무는 ‘감정평가’가 아닌 ‘가격산정’ 업무로 규정돼 있다.

○ 공시가격 급등에서 갈등 시작
감정평가업계 일각에서는 이런 배경에 국토부의 압박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올해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는 지난해보다 19.1%나 올랐고 공시가를 조정해달라는 의견 접수도 2007년 이후 14년 만에 최대치인 4만9601건에 달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자체적으로 공시가를 전면 재조사하겠다고 나서는 등 국토부와 갈등이 커졌다. 익명을 요구한 A 감평사는 “최근 지자체와 공시가 논란으로 갈등을 빚어온 국토부가 협회 소속 감평사들이 지자체 편을 들어준다고 여기는 것 같다”며 “협회는 국토부의 압박으로 한 감정평가학회 포럼에 대한 지원을 끊기도 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협회 이사회에서는 국토부의 입장을 유추할 수 있는 발언도 나왔다. 양 협회장은 “올해 3월만 해도 국토부가 (국가전문자격인) 감평사 자격증을 ‘민간화’하고 수수료도 ‘자율화’하겠다고 했다”며 “자주 찾아가고 오해를 푼 덕분에 지금은 (국토부와) 잘 소통하고 있는데, 부동산원과도 싸울 수만은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사회에 참석한 B 이사는 “감평사 자격증을 민간화하면 감평사 처우가 하락하고, 수수료를 자율화하면 감정평가의 질적 하락을 유발할 것”이라며 “양 협회장 발언은 본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토부 압박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뜻으로 들렸다”고 말했다.

양 협회장은 자신의 의도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그는 “부동산원의 요청이 있었고, 이를 상생 차원에서 받아들인 것”이라며 “국토부 압박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국토부 관계자도 “감평사 자격증의 민간화나 수수료 자율화 등은 검토해본 적 없다”고 말했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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