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닥다닥’ 고밀 개발, 우울증 유발…“녹지 공간 확보 등 대책 마련해야”

황재성기자 입력 2021-01-23 13:40수정 2021-01-23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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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바라본 용산구 아파트단지. 2021.1.13/뉴스1 © News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라19) 사태 장기화로 코로나 블루를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도심 고밀 개발로 인한 난개발이 우울증 발병 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에 따라 현재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며 속도전을 펼치고 있는 수도권 3기 신도시 및 도심 저밀지 고밀화 계획에도 우울증 등을 예방할 수 있는 대책이 반영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부동산원(옛 한국감정원) 부설 한국부동산연구원의 이연수 책임연구원은 최근 학술보고서 ‘도시환경요소와 우울증과의 상호관계에 관한 연구-COVID 19 시대의 도시계획전략을 중심으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지난해 11월 발간된 학술집 ‘부동산분석 제6권 제3호’에 게재됐다.

● 도심 고밀 난개발, 우울증 유발 가능성 크다
23일 보고서에 따르면 도시환경요소가 정신건강 관련 질환의 대표적인 유형인 우울증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건축물의 개발면적을 결정하는 용적률이나 녹지비율과 같은 공간 환경 변수들이 우울증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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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두 변수의 영향력이 미치는 방향은 서로 달랐다. 용적률은 우울증에 양의 영향을 미치는 반면 녹지비율은 음의 영향력을 보였다. 용적률은 높아질수록 우울증 발생은 늘고, 녹지비율은 커질수록 우울증 발생은 줄어든다는 의미다.

대기환경 중에선 아황산가스 배출량과 오존 배출량이 우울증과 양의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책임연구원은 이에 대해 “도시의 난개발로 인해 공원 등이 부족하고, 고층건물로 둘러싸인 도시환경은 우울증 예방에 상당히 부정적인 환경이라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그는 또 “사회적 거리두기의 효과적 대응과 소외감 외로움 등으로 기인한 우울증은 공동주택에서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이를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는 도시계획 전략을 효과적으로 수립한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분석 결과는 도시환경의 변화를 통해 정신질환의 주요 유형인 우울증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확률이 높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보여준 결과”라며 “코로나 블루 등 정신질환의 예방차원에서 건강도시를 지향하는 도시계획을 수립할 때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즉, “급격한 도시화의 방지와 저탄소 지향의 도시계획, 녹지공간의 확보 등이 향후 코로나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주요 도시계획의 전략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이 보고서에는 우울증과 관련한 기존 속설을 확인할 수 있는 분석 결과도 적잖았다. 예컨대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느끼는 정도가 심한 사람의 우울증 유병률이 높다는 식이다.

또 여성보다는 남성이, 미혼자보다는 기혼자가 나이가 많을수록 우울증 발병 확률이 커졌고, 비만인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우울증에 걸릴 수 있는 확률이 높았다.

● 우울증 예방 대책 반영한 도시계획 마련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이번 보고서의 의미에 대해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한 도시계획 수립에 좋은 참고서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 특히 정부가 집값 안정에 초점을 맞춰 속도전을 펼치고 있는 ‘3기 신도시’와 도심 고밀도 개발 관련 계획에 적극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우울증, 이른바 ‘코로나 블루(Corona Blue)’를 호소하는 이들이 급증하고 있고,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코로나 블루를 넘어 ‘코로나 레드(Coroan Red)’나 ‘코로나 블랙(Corona Black)’으로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레드는 우울감과 불안감이 분노의 감정으로 폭발되는 상태를, 코로나 블랙은 우울과 불안의 감정이 점차 좌절과 절망으로 악화되는 상태를 각각 의미한다.

실제로 각종 조사에서 코로나 블루 등을 경험하는 이들이 적잖았고, 이로 인해 자살 등 극단적인 생각을 하는 이들이 큰 폭으로 늘고 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지난해 10월 한국갤럽에 의뢰해 전국 만 20~65세 이하 성인남녀 1031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건강상태’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0.7%가 “코로나 블루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보건복지부와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가 18일 발표한 ‘코로나19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는 상황이 심각한 수준임을 보여줬다. 지난달 초 전국 광역시도 이상 지역에 거주하는 19~70세 성인남녀 206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우울 위험군은 20.0%로 2018년(3.8%)보다 크게 높아진 것이다. 자살생각률도 13.4%로 2018년(4.7%)를 크게 웃돌았다.

자살예방 상담전화에 걸려온 전화는 올 들어 8월 말까지 11만8006건으로 작년 동기(4만8656건)는 물론 작년 전체(8만9488건)보다도 많았다. 특히 코로나 발생 초기였던 1월(9444건)과 2월(9820건)에는 1만 건을 넘지 않았지만 3월 이후부터는 꾸준히 1만4000건 이상을 넘어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에서 현재 정부가 부동산시장 안정에 목표를 두고 속도전을 펼치고 있는 3기 수도권 신도시와 도심 내 고밀 개발사업 등에 코로나 블루 등으로 유발된 우울증과 불안감 등을 치유하고 예방할 수 있는 대책을 적극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도시정책학회 최민섭 회장(서울벤처대 부동산학과 교수)은 “정부가 준비 중인 3기 수도권 신도시를 포함한 주택공급방안은 물량확보에 급급한 인상을 지우기 어렵고, 도심지 고밀도 개발은 도로, 공원 등 다양한 도시 인프라 상황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을 경우 난개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충분한 녹지 공간 확보 등 균형감 있는 도시계획을 통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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