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대상, 이번엔 ‘라이신’ 특허 충돌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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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라이신 생산공정 특허 침해”… 9월 대상 상대로 100억대 소송
‘김치 소송전’ 8년만에 법정다툼… 대상측 “소송 진행 사안” 말아껴
업계, 차세대 성장동력 주목받는 그린바이오 경쟁 ‘전초전’ 해석

CJ제일제당과 대상이 8년여 만에 다시 특허 소송전을 치르게 됐다. 두 회사는 2012∼2013년 이른바 ‘김치 소송전’을 벌인 적이 있다. 이번엔 필수 아미노산 중 하나인 ‘라이신’ 특허 침해 여부가 쟁점이다.

24일 유통업계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올해 9월 대상을 상대로 100억 원대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한 것이 최근 알려졌다. 기능성 제품이나 동물용 사료 생산을 위해 필요한 아미노산의 일종인 라이신 생산 공정과 관련해 특허권을 침해했다는 주장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62부가 사건을 검토 중이고 공판준비기일 등은 잡히지 않았다.

라이신은 동물 사료 등에 첨가되는 필수 아미노산이다. 체내 합성이 어려워 보통 음식에 첨가해 단백질 합성을 돕는 데 쓰인다. 근육이나 연골을 강화하는 효과도 있어 기능성 제품을 생산하는 데도 사용된다. 라이신 생산을 위해서는 주로 미생물 발효 기술이 사용된다. 이 때문에 양질의 아미노산을 많이 만들어낼 수 있는 균주 확보 능력이 라이신 생산 기술력의 차이를 만들어내는 결정적 요소로 여겨진다.

소송 쟁점 역시 균주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8월 대상은 ‘코리네박테리움 글루타미쿰’ 균주를 활용해 라이신 생산능력을 향상시켰다는 내용을 담은 특허를 특허청에 등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CJ제일제당도 3년 전 이 균주를 이용한 라이신 생산 방법에 대한 특허를 등록했다.

식품업계는 이번 소송을 식품업계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는 그린바이오 시장에서의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는 ‘전초전’으로 보고 있다. 그린바이오는 미생물, 식물 등을 기반으로 새로운 기능성 소재와 첨가물을 만드는 산업 분야다. 특히 전 세계 아미노산 바이오 시장 규모는 약 190조 원으로 연평균 8%대로 성장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글로벌 라이신 시장에서 지난해 20%대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올해 글로벌 라이신 시장은 3조8000억 원 규모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에 소송가액이 100억여 원인 점도 CJ제일제당이 금전적인 배상을 받거나 ‘전면전’에 나서겠다는 의도보다는 대상 등 경쟁 기업들에 선두주자로서 경고를 보내는 상징적 행위라는 해석이 제기된다.

대상 측은 말을 아끼고 있다. 대상은 1973년 국내 최초로 라이신 개발에 성공해 한때 세계 3대 생산 회사로 성장했지만 외환위기 때인 1998년 라이신 사업 부문을 독일 화학 기업 바스프에 매각했다. 이후 바스프가 2007년 화학기업 백광산업에 라이신 사업을 넘겼고 2015년 대상이 백광산업을 다시 인수하며 라이신 사업 부문을 되찾았다. 대상 관계자는 “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에 대해서 말씀드릴 게 없다”고 말했다.

양사의 소송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대상은 CJ제일제당의 하선정 김치가 자사의 종가집 김치 양념에 들어가는 찹쌀풀 관련 특허를 침해했다며 2012년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은 “통상의 기술자가 도출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식품업계는 양사가 1970년대 ‘조미료 전쟁’으로 격돌한 뒤 해찬들과 청정원(고추장), 비비고와 종가집(김치) 등 다양한 방법으로 기(氣) 싸움을 벌인 데 주목하며 이번 라이신 소송이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하고 있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cj제일제당#대상#라이신#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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