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의 마켓뷰]코로나로 빨라진 에너지산업 구조개편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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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원 대신증권 자산리서치부 책임연구원
한상원 대신증권 자산리서치부 책임연구원
올해 가장 큰 이슈는 단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이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0년 글로벌 경제성장률이 지난해에 비해 ―4.4%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 국경 폐쇄 조치 등이 시행되며 경제 활동이 마비됐기 때문이다.

모든 산업이 피해를 봤지만 정유업이 최대 피해산업 중 하나로 지목된다. 수요 증가율이 연평균 1% 전후에 불과한 저성장 산업인데 4∼5월 20∼30%에 이르는 급격한 수요 감소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 정유사들이 2020년 상반기 대규모 적자를 낸 이유다.

코로나19는 석유 수요 충격 외에도 에너지 산업에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주요국들은 친환경 정책 시행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가장 적극적인 유럽은 2050년까지 실질적 탄소 배출을 0으로 맞추는, ‘탄소 중립’이 목표다. 중국도 시진핑 주석이 최근 유엔 연설에서 2060년을 목표로 탄소 중립을 선언했다. 올해 7월 발표된 ‘한국판 뉴딜’도 같은 맥락이다. 전기·수소차 지원 확대,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등이 이 계획에 포함돼 있다.

전기차 보급은 에너지 산업의 구조적인 변화와 맞닿아 있다. 석유 수요에서 60% 이상을 차지하는 운송용 수요가 전력 시장으로 유입되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육상 운송용 전력 수요가 2030년까지 기존 대비 최소 7배에서 최대 13배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발전 시장에선 여전히 가스, 석탄 등 화석 연료가 약 60%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전기차가 엄밀한 의미의 ‘친환경’이 되려면, 전력 생산 방식도 변화가 필요하단 뜻이다.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의 발전 용량 확충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유럽이 채택한 수소 전략도 크게 다르지 않다. 결국 기존의 천연가스 ‘개질(改質)’ 방식을 넘어 물의 전기분해를 통한 그린 수소의 생산이 핵심이다. 당연히 이를 위한 전기도 신재생에너지를 통한 발전이 필요하다.

과거 산업의 구조적인 변화가 발생하면 업종별 가치도 재평가되곤 했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의 보급과 맞물린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등의 주가가 오른 것이 대표적이다. 현재는 테슬라와 같은 전기차를 중심으로 에너지 산업이 가장 큰 변화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코로나19라는 위기 상황은 이러한 변화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기존에 내연기관 구조 하에서 운송 수요를 주도했던 석유 산업은 여전히 주식 시장에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의 시가총액은 2조 달러에 이른다. 반면 전기차의 핵심 부품으로 여겨지는 2차 전지 분야는 글로벌 상위 5개사의 합산 시가총액이 2000억 달러 수준에 불과하다. 2020년 가파른 주가 상승에도 아직 변화의 여지가 많이 남았다는 뜻이다. 변화는 시작에 불과하다.

한상원 대신증권 자산리서치부 책임연구원
#코로나19#에너지 산업 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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