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의 마켓뷰]테슬라에 맞설 ‘2인자’는 누굴까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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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은영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
임은영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에서도 미국 전기차 회사 테슬라는 판매대수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테슬라는 올해 7월 도요타의 시가총액을 앞서며 세계 자동차 회사 중 시가총액 1위로 올라서기도 했다. 테슬라의 밸류에이션(가치 평가) 적정성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지만, 자동차산업의 혁신을 이끌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제 이견이 없다.

통상 기업 가치는 실적과 성장성에 대한 평가로 이뤄진다. 글로벌 초저금리 환경이 지속되면서 실적보다는 성장성, 즉 실적 전망이 기업 가치 평가의 훨씬 더 큰 부분이 됐다. 2000년대 이후 완성차의 성장성은 주요 시장의 시장점유율 확장 스토리가 전부였다. 하지만 글로벌 신차 수요의 성장이 매해 2∼3%로 제한적인 상황이었기 때문에 완성차에 대한 밸류에이션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테슬라는 이 틀을 깼다. 테슬라는 판매대수 증가를 통한 수익 창출이 아닌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하고 있다. 판매된 차량을 통한 통신비 및 충전비 부과나 주행 데이터 축적,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향후 로보택시 사업 전개 계획 등이 이에 해당된다. 최근에는 자사의 오토파일럿과 배터리를 다른 완성차 회사에 판매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핵심기술 판매 회사로의 사업 영역 확대 가능성도 열어두었다. 따라서 테슬라의 기업 가치는 글로벌 완성차보다는 대형 플랫폼 회사의 가치 평가 방식을 적용해야 설명이 가능하다.

이제 ‘테슬라의 성장=기존 완성차 회사 시장점유율 잠식’이라는 대결 구도보다는 ‘완성차의 사업 영역 확장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야 할 때라고 판단한다. 테슬라처럼 전기차 시대에 잘 대응하는 완성차 회사는 사업 영역을 확장하며 새로운 성장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란 뜻이다. 통신비, 충전비,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비용을 부과하는 구독 경제도 가능하다. 핵심기술 판매를 하는 부품 회사나 소프트웨어, 빅데이터를 판매하는 정보기술(IT) 회사가 될 수 있다. 오히려 전기차 시대가 가속화할수록 긴장해야 하는 회사는 완성차가 아닌 부품 회사, 특히 그동안 내연기관차의 기술 헤게모니를 인정받았던 시스템 부품사와 전장 부품사라고 할 수 있다.

기존 완성차 회사들도 하드웨어 품질 만족도가 낮은 테슬라 차량이 어떻게 소비자의 팬덤을 형성하는지 깨닫게 되면서, 플랫폼 기반의 전기차 대량 생산과 시스템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기존 완성차 회사 중 폭스바겐이 가장 빠르게 전기차 플랫폼 기반을 만들어 나가고 있고, 현대·기아차도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테슬라와 기존 완성차 업체의 기술력 차이는 소프트웨어 기술에 있다. 플랫폼 기반 전기차를 내놓은 이후 중앙집중형 반도체와 무선 펌웨어 업그레이드(FOTA) 기능을 얼마나 빨리 갖추느냐에 따라 글로벌 전기차 시장 2위 자리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임은영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
#테슬라#자동차 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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