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판매 증권사 CEO에 ‘직무정지’ 중징계 유력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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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3곳에 징계안 사전통지

1조6000억 원 규모의 손실이 난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펀드를 판 증권사 3곳의 최고경영자(CEO)에게 금융감독원이 중징계를 통보했다. 추후 구체화될 징계 수위는 중징계 중에서도 해임요구 다음으로 높은 직무정지급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직무정지가 확정되면 직을 유지하기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감원이 증권사 CEO에게 중징계를 내린 사례는 2015년 동양증권과 2018년 삼성증권 사례 외에는 찾기 힘들다. 이 때문에 제재 결정 이후에도 행정소송이 벌어지는 등의 후폭풍이 예상된다.

○ “은행보다 더 강도 높은 제재 불가피”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전날 오후 늦게 신한금융투자, 대신증권, KB증권에 라임사태와 관련한 기관 제재 및 임원 중징계 방안을 담은 사전통지안을 보냈다. 개인 제재 대상은 김병철 전 신한금융투자 사장, 박정림 KB증권 사장, 나재철 전 대신증권 사장(현 금융투자협회장)이다.


금감원은 이번 징계 사유를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제재 당시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CEO에게 내린 징계 사유와 동일한 ‘내부통제 기준 마련 미비’로 밝혔다. 내부통제 기준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아 상품 판매 과정에서 펀드에 부실이 발생한 사실을 포착할 수 없었고 소비자 피해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관련 규정상 내부통제 마련 책임이 CEO에게 있는 만큼 그 책임도 CEO에게 물려야 한다는 판단이다.

증권사 CEO 징계 수위는 은행보다 높을 예정이다. 통지안에 적시된 중징계는 해임요구, 6개월 이내 직무정지, 문책 경고 등으로 구성된다. 금감원은 29일 열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이들 3명에 대한 징계 수위를 ‘직무정지’로 결정하고 위원들의 판단을 받을 방침이다.

금감원은 증권사는 의사결정 구조가 복잡한 은행과 달리 대표이사에게 책임이 집중돼 있어 징계 수위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DLF 사태로 징계를 내린 적이 있어 당시 사례를 준용했다”고 했다.

○ 행정소송으로 번질 듯



증권사 CEO가 중징계를 받은 선례는 2015년 사기성 기업어음(CP)을 발행한 동양증권의 정진석 이승국 전 대표이사(해임요구), 2018년 배당 사고를 일으킨 삼성증권의 구성훈 전 대표(3개월 직무정지) 정도다. 그만큼 이례적이다.

금감원의 이번 제재가 최종 확정되면 제재 대상 증권사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선 이번 금감원 제재의 법적 근거가 미약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내부통제 기준 마련 미비로 CEO를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인데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 때문에 DLF 사태로 문책 경고를 받은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은 징계 취소 행정소송과 효력정지 가처분을 냈다. 법원에서도 손 회장과 함 부회장이 낸 효력정지 가처분을 징계 근거가 미약하다는 이유로 인용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라임펀드 관련 판매사들은 선보상, 선지급 등 피해 보상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는데 그 부분이 반영되지 않아 이번 제재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증권사 CEO 제재는 징계 수위가 높은 만큼 금감원 제재심을 거쳐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에서 최종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형민 kalssam35@donga.com·강유현·김동혁 기자
#라임 사태#증권사 ceo#중징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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