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택배 없는 날’…28년만의 첫 공식 휴가에 택배기사들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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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8월 11일 14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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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과 2박 3일간 동해안으로 휴가가기로 했어요. 아내가 너무 좋아합니다.”

택배 일을 시작한지 11년만에 처음으로 홀가분하게 휴가를 간다는 롯데택배 울산지점 50대 박 모씨.

그는 “그동안 명절을 제외하고는 단 한번도 휴가를 다녀온 적이 없었다. 휴가를 가려면 사비를 내서 대체인력을 구해놓고 가야되는데 비용이 부담스러워서 그동안 제대로 쉬지를 못했다. 이번에는 ‘택배없는 날’ 덕에 14일부터 16일까지 마음 편히 갈 수 있게됐다”며 기뻐했다.

14일이 ‘택배없는 날’로 지정되면서 주말 포함 14일부터 16일까지 내리 3일을 쉴 수 있게 되면서 택배기사들은 1992년 택배산업 시작 이래 28년만에 첫 휴가를 맞았다.

택배기사들은 특수고용노동자로 분류돼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못함에 따라 법정휴일, 연차, 휴가 제도를 적용받을 수 없다.

이 때문에 휴가를 가려면 일당의 두배 이상되는 비용을 들여서라도 대체인력과 대차 등을 통해 공백을 해결해야 되는 구조다보니 그동안 휴가를 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박씨와 같은 택배회사에서 일하는 8년차 40대 이 모씨는 “휴가를 끝내고 복귀하게 되면 택배 물량이 밀려있어 업무과중은 있겠지만 그래도 좋다”며 “그동안 가족들에게 너무 미안했는데 다행이다”며 웃었다.

이씨는 “아이가 아직 어리다. 코로나19 사태로 많이 돌아다니지 못해 답답했을텐데 모처럼 즐거운 시간 보내고 오겠다”고 말했다.

CJ택배 울산지점에서 근무하는 20대 이 모씨는 “특별한 휴가계획은 없는데도 연휴를 생각하면 벌써부터 힘이 나고 기분이 좋다”며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집에만 있으면서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즐거울 것 같다”고 기분을 밝혔다.

이씨는 그간의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한 달 들어오는 돈이 최저임금보다 많다보니 주위에서는 종종 ‘그만큼 벌면 적게 버는 것이 아닌데 왜 매번 힘들다고 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 기사들은 버는 만큼 세금을 내야하고 4대보험 가입도 안 돼 있다. 유류비도 그 수입에서 개인이 내야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주일에 하루라도 맘 편히 쉬려면 아침 일찍 나가서 밤 늦게까지 일해야 될 때도 있다. 체력과 시간은 정해져있으니 건강에 무리가 갈 만큼 밥먹는 시간과 휴식시간을 쪼개서 일을 해야한다. 최근 코로나19 사태 이후 물량이 늘어 주6일 하루 15시간 넘게 일할 때도 있었다”며 토로했다.

그러면서 “‘택배없는 날’의 의미는 단순히 하루 쉬는 것 이상의 의미를 주는 것 같다. 쉬고오면 밀린 물량과 명절을 앞두고 정신없이 바쁘겠지만 그래도 택배기사들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것 같아 힘이난다”며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매년 하루라도 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4일 ‘택배없는날’은 민주노총 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전구택배노조와 한국통합물류협회가 택배기사들의 ‘휴식권 보장’에 합의하면서 지정됐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장기화로 비대면소비가 확산, 택배서비스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택배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다만 국토교통부가 고시한 국내 18곳의 택배사 중 한국통합물류협회에 가입돼 있는 우체국, CJ대한통운, 롯데택배, 한진택배, 로젠택배 등 5개 택배사만 쉬게 된다.

(울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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