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역세권 청년주택’ 절반 이상이 본계약 포기한 이유는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3일 19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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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 2법 시행으로 전세 매물이 급감하고 전세 가격은 급등하는 등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이런 부작용을 줄이려면 ‘공공임대주택 공급’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단순 물량 확대보다도 양질의 주택을 입지 좋은 곳에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투입해야 시장의 호응을 얻을 수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그동안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공급하는 임대주택은 시장에서 외면받기 일쑤였다. 민간분양 주택보다 질이 떨어진다는 인식과 입지나 가격 등에서 경쟁력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서울시 역세권 청년주택’이 대표적인 사례다. 청년(만 19~39세)에게 시세보다 저렴하게 임대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2022년까지 서울 역세권 입지 좋은 곳을 중심으로 임대주택 8만 채를 짓겠다는 사업이다.

부족한 예산을 보완하기 위해 서울시는 민간자본을 끌어 들였다. 민간업체들이 ‘공공지원 민간임대’라는 이름으로 역세권에 주거시설을 짓게 규제를 풀어주는 대신 전체 물량의 20%는 기부채납하고, 나머지 80%는 시세의 95% 수준으로 공급하게 했다.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민간업체들이 침구와 가전제품 등을 옵션비 명목으로 더 받으면서 임대료가 시세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비싸졌다. 이런 이유로 서울 성동구 용답동 장한평역 인근 청년주택은 지난해 11월 청약에서 9대 1의 경쟁률을 보였으나, 올해 3월 본계약에서는 절반 이상이 계약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임대 주택의 면적이 지나치게 작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국회입법조사처의 ‘공공임대주택 유형별 주택규모의 현황과 시사점’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 우리나라 공공임대주택은 전용면적 40㎡ 미만이 46.7%를 차지했다. 특히 신혼부부·사회초년생 등을 위한 행복주택은 해당 비중이 97.0%였고, 최저소득계층을 위한 영구임대주택은 94.2%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공공임대주택 정책이 단순한 물량 확대보다는 수요자 중심의 공급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결정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작은 집, 도심과 먼 지역에 살고 싶은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며 “공공임대주택의 양적 확대에 예산을 집중하기보다, 질적 향상에 힘을 쏟아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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