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꽃길 깔아준 임대사업…집값 뛰자 ‘원흉’ 뭇매

뉴시스 입력 2020-07-06 15:38수정 2020-07-06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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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강병원 의원, 임대사업 세제 혜택 축소 법안 발의
"임대사업자 등록 유인 사라져" 김수현表 정책실험 실패
전세시장 불똥 우려…국토부 "선량한 사업자 육성 지속"
‘부동산 정책 실패’를 자인한 여당이 오히려 규제 강공을 연일 펼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축소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돼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정부는 전월세 공급 안정과 임대차 시장 투명화를 목표로 지난 2017년 말부터 임대사업자 활성화 대책을 시행해 사업자 등록을 유도해왔다. 그 결과 올해 5월 전국 임대사업자는 52만3000명으로, 지난 2018년 6월 33만 명 대비 58.5% 증가했고, 등록 임대주택도 같은 기간 115만7000호에서 159만4000호로 늘었다.

정부는 다만 지난 2018년 9·13 대책부터는 임대사업 등록 시 생기는 취득세, 재산세 감면 혜택 등 각종 지원 혜택을 이용해 주택수를 늘리는 다주택자가 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혜택을 조금씩 줄여 왔다.


여기에 이번에 발의된 법안까지 통과될 경우 그동안 임대사업자에 부여하던 대부분의 혜택이 사라져 ‘임대사업 활성화 대책’은 축소를 넘어 폐기 수순이다. 집값 안정을 위한 임대사업 활성화를 주장해온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정책 실험도 결국은 실패로 돌아가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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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국회와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일 임대사업자에 대한 과도한 세제 특혜를 축소하고 부동산 시장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부동산 임대사업 특혜 축소 3법’을 대표 발의했다.

강 의원은 “임대사업자들이 과도한 세제 특혜를 악용해 ‘몸집 불리기’에 나서면서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안정적 공급정책과 동시에 임대사업의 과도한 특혜를 대폭 축소하는 임대사업자 정책이 필요하다”며 법안 발의의 취지를 밝혔다.

강 의원에 따르면 현행법에는 임대사업자에 대한 다양한 세제 혜택을 규정하고 있다.

우선 종합부동산세법에 따르면 다가구 임대주택은 과세표준 합산 대상이 되지 않는다. 현행법상 다주택자의 경우 주택수가 많을수록 세금을 더 무겁게 물리고 있는 구조인데,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경우 이 같은 규제망을 회피할 수 있게 된다.

또 ‘조세특례제한법’에서는 내년 1월부터 소형주택 임대사업자가 2호 이상 임대하는 경우 소득세 또는 법인세의 20%, 장기일반임대주택의 경우엔 50%에 해당하는 세액을 감면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장기일반민간임대주택과 장기임대주택은 양도소득세까지 과세 특례가 가능하도록 규정한다.

이와 함께 지방세특례제한법에는 임대사업자가 임대할 목적으로 공동주택을 건축하는 경우 그 공동주택과 임대사업자가 임대할 목적으로 건축주로부터 공동주택 또는 오피스텔을 최초로 분양받은 경우에도 지방세를 감면한다.

강 의원의 이번 개정안 발의는 임대사업자에 부여된 이 같은 혜택이 과도하다고 판단, 현행법에서 삭제하는 것이 목적이다. 강 의원은 “해당 조항들은 주택 공급 증가 등을 고려해 도입했지만, 득보다 실이 크다”면서 “과도한 과세 특혜를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뛰는 전셋값에 기름 붓는 격”…세입자 불똥 우려

만약 이번 법 개정이 현실화될 경우 앞으로 신규 임대사업자 등록제도는 급격한 쇠퇴가 불가피하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팀장(세무사)은 “그동안 임대사업자에게 주던 모든 혜택을 회수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면서 “사실상 임대사업자로 등록할 만한 유인이 모두 사라졌다”고 말했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서 임대사업자 등록 활성화가 사실상 후순위로 밀려나게 되는 것이다.

임대사업 활성화를 통한 주택시장 안정화라는 정책 방향을 설계한 김 전 청와대 정책수석의 실험도 막을 내리게 될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을 설계한 김 전 수석은 지난 2011년 발간한 저서 ‘부동산은 끝났다’에서 “건전한 다주택자도 필요하다”면서 민간임대 부문의 역할의 중요성을 역설했으나 뛰는 집값을 막지 못한 채 정책 실험이 실패로 돌아간 셈이다.

문제는 민간 임대주택 시장의 위축은 최근 불안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는 수도권 전월세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서울 아파트 전세시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집값에 비해 상대적인 안정세를 보였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정부의 본격적인 부동산 규제가 시작된 2017년 8·3 대책 발표 이후 올해 6월 넷째 주까지 서울 아파트값은 8.75% 올랐지만, 전셋값은 1.07% 상승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지난해 12·16 대책이 발표된 이후 상황이 역전됐다. 이 기간 동안 아파트값은 0.40% 올랐으나 전셋값은 1.81% 상승했다. 아파트 매매가격은 최근 2개월간 하락세를 보였으나, 전세시장은 53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여기에 민간 임대사업 제도를 통해 공급돼 오던 전월셋집도 급격히 줄면서 가뜩이나 품귀 현상이 심화되던 서울 아파트 전세시장은 매물 부족 사태가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임대사업자는 다주택자의 다른 이름이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투기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면서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임대시장의 안정에 기여하는 바도 크다”고 말했다.

우 팀장은 “임대주택 등록을 차단해 시중에 공급을 늘리겠다는 방법 자체가 착오적 발상”이라면서 “도심 내 절대적인 공급량을 늘릴 방법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부 “달라진 것 없어…시장 관리 지속 수행할 것”

국토부는 다만 이번 법 개정 추진과 무관하게 민간 임대사업을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강 의원실에서 추진하는 것은 소관 법령이 세법과 행정자치 관련 법의 개정으로, 국토부와 사전에 협의가 있을 수 없었다”면서 “건전한 민간 임대사업자를 육성한다는 국토부의 기본의 방침에도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그동안 임대주택은 많은 논란 속에서도 임대차 시장의 안정세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세입자들의 수요가 높았으나 공급량은 줄어드는 추세다. 등록 임대주택에 입주할 경우 4년이나 8년 동안 재계약 거절이 불가능한 데다, 임대료 인상폭도 연 5% 이내로 제한돼 최근 국회에서 도입 논의가 진행 중인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가 이미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몇 년간 증가 속도가 지나치게 가팔라 임대시장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임대사업자가 최근 2년 새 빠른 속도로 늘어난 반면, 정부가 한 번도 임대사업자에 대한 전국 단위의 실태 점검을 벌인 적이 없어 오는 9월부터 임대사업자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현재까지 신고자료는 물론 기관별로 확보된 자료를 바탕으로 등록된 물건 전체를 조사하게 되며, 위반사실이 적발되면 과태료 부과와 함께 그동안 임대사업자가 받은 세제혜택 등이 환수조치 된다.

국토부는 이어 “성실한 민간사업자에게 혜택을 주고,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사업자에 대해서는 엄단하겠다는 정부의 방침도 유지된다”면서 “이번 점검을 통해 건전한 민간 임대차 시장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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