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방오페인트 ‘마리케어(MariCare)’로 푸른 바다의 미래 채색한다

  • 동아경제
  • 입력 2019년 12월 26일 09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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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프알에스아이 서상훈 대표
㈜에프알에스아이 서상훈 대표
[해양수산 추천 스타트업]⑤ ㈜에프알에스아이 서상훈 대표

해양환경 문제는 전 세계 공통의 관심사이다. 올해 해양수산부는 ‘해양폐기물 및 해양오염퇴적물 관리법’을 법제화해 실효성 있는 환경보호 정책의 기틀을 마련했다. 국제기구인 IMO(국제해사기구)에서도 내년부터 해양 오염원인 선박 연료유의 황 함유량을 엄격하게 규제하는 ‘IMO2020’을 시행할 예정이다.

이처럼 범국가적 해양관리의 움직임은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광대한 바다를 오염시키는 원인이 단 하나의 거시적 솔루션으로 일단락되기는 어렵다. 오대양 바다환경에 늘 똑같은 처방이 통할 리 없기 때문이다.

각양각색의 해양 지역을 고려한 지속적인 실험과 연구가 필요하고, 때론 이를 위해선 민간 영역에서의 민첩하고 창의적인 접근이 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그러한 적절한 예를, 2015년 문을 연 스타트업기업 ㈜에프알에스아이가 발명한 친환경 방오페인트에서 찾을 수 있다.

국내 양식 어민의 생계를 돕고 해양환경 보호에 기여하는 친환경 방오페인트의 국산화는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이하 KIMST)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에프알에스아이가 3년여 실험 끝에 자체 개발에 성공한 방오페인트 ‘마리케어’는 무해한 성분과 방오기능을 인정받아 KIMST의 지원사업에 선정되었고, 이제 세계 각지의 해양으로 그 영역을 넓히는 중이다.

기름 유출이나 플라스틱 방출 등 굵직한 이슈에 가려진 해양 오염원 중 하나는, 어망 등의 양식 기자재나 선박에 칠해지는 방오페인트 성분에 의한 것이다. 방오페인트란, 따개비와 해조류 등 해중생물이 부착하는 것을 막기 위해 어망이나 선박에 바르는 특수 페인트를 말한다.

방오페인트에 함유된 휘발성유기화활물(VOCs) 같은 독성물질은, 해중생물의 부착을 방지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첨가해 왔다. 하지만 이 독성물질은 아무리 소량이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해양생태계에 피해를 줄 수 있다. 플랑크톤과 작은 물고기들에 축적된 독성물질은 먹이사슬에 의해 큰 물고기로 옮겨지고, 결국 우리의 식탁 위에 올려지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아무도 방오페인트의 연구에 선뜻 나서지 않았고, 외국의 질 좋은 방오페인트를 수입하기 급급했다. 하지만 수입제품들 또한 독성물질을 거의 빠짐없이 포함하고 있었다.

이에 ㈜에프알에스아이의 서상훈 대표는 특별한 사명감을 지니고, 2016년부터 친환경·무독성의 방오페인트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양식업을 하는 현지 어민들과 만나며 고충을 듣고, 한편으론 제약과 생물학 분야를 오가며 무해성을 지닌 제품 기술을 찾아 헤맸다. 그리고 올해 드디어, 거의 완전한 품질의 친환경 방오페인트를 개발할 수 있었다.

사진제공=㈜에프알에스아이
사진제공=㈜에프알에스아이
바이오제약기술과 100% 식물성오일을 가공해 만든 바이오에폭시수지를 통해 개발된 ‘마리케어(MariCare)’는 따개비 등 특정 해양 부착생물에만 방오효과를 내고 일정 기간이 경과하면 독성물질 배출 없이 생분해되는 제품이다. 마리케어는 한국인정기구(KOLAS) 국제공인시험기관인 FITI시험연구원에서 친환경 방오성능 및 생태안전성 입증을 끝마쳤다.

마리케어는 조달청에서 우수발명품으로 지정되어 공공수요기관에 공급되고 있다. 또한 KIMST의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국내뿐 아니라 해외시장으로도 발을 넓히고 있다. 북유럽과 호주, 태국 등 동남아시아에선 이미 ㈜에프알에스아이의 방오페인트를 자국 해상에서 테스트 중이고, 내년부터는 수출이 가시화될 전망이다.

양식장 어민들의 숙원이자 우리 수산물의 안전을 확보하는 일임에도 ‘개발이 어렵다’,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방오페인트의 국산화와 친환경화는 한때 요원해 보였다. 스타트업 기업은 단순한 경제적 비전을 넘어, 아무도 가지 않은 영역을 두드리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환기하는 데에도 그 존재 의미가 있을 수 있다.

서상훈 대표의 출사표를 들어보면, 이 기업의 궁극적인 꿈은 태평양만한 너비를 지닌다.. “지구 식량의 90%는 육상에, 10%는 해상에 있습니다. 우리는 그 10%의 식량을 후대를 위해 보호하고 보존하려 합니다. 지속가능하고 안전한 식량자원 확보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서상훈 대표의 힘찬 몸짓 여기저기, 생명과 희망이란 이름의 푸르른 페인트가 잔뜩 묻어나는 것 같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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