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전 미분양 사태 후폭풍에… 두산건설 결국 상장폐지 수순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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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중공업이 지분 100% 확보, 24년만에… 내년 3월 코스피 퇴출
일산서 미분양 손실후 치명상 입어… 2011년이후 적자… 작년엔 5500억
“두산중에 부담” “실적개선” 엇갈려

“대량 미분양 사태에 그룹 위기설로까지 번지자 결국 상장폐지 수순까지 밟게 된 거죠.”

두산중공업이 12일 자회사인 두산건설의 지분 100%를 확보하겠다고 밝히자 한 건설사 관계자는 이같이 말했다. 2009년 분양한 ‘일산 두산 위브 더 제니스’ 사업에서 대규모 미분양으로 발생한 손실을 극복하지 못한 두산건설이 결국 상장 24년 만에 주식시장에서 내년 3월 퇴출되기 때문이다.

15일 재계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이번 지분인수 발표는 두산그룹이 두산건설을 살리기 위해 쓸 수 있는 ‘마지막 카드’라는 분석이다. 2011년 이후 두산건설은 지금까지 매년 적자를 지속해 지난해에도 약 5500억 원의 적자를 냈다. 지금까지 두산그룹 계열사들이 두산건설에 투입한 자금 규모만 1조5000억 원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도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두산건설을 두산중공업에 편입하는 것은 그룹의 지배구조와도 무관치 않다. 두산건설을 지배하는 모회사는 지분 89.74%(보통주 기준)를 보유한 두산중공업이다. 중간지주사 역할을 하는 두산중공업은 다시 그룹의 지주사인 ㈜두산이 32.3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두산건설의 위기가 두산중공업을 거쳐 그룹 전반으로 전이될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실제 두산건설의 위기가 지속되면서 5월 한국신용평가는 두산건설뿐 아니라 두산중공업과 ㈜두산의 신용도를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건설업계에서는 두산건설이 매각될 것이란 소문도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그룹 매출 기여도에서 두산건설이 차지한 비중은 8%대에 영업이익은 오히려 전체 실적에 마이너스가 됐다.

그렇다고 두산중공업이 추가적 지원을 하는 것도 작지 않은 부담이었다. 올해 2월 당시 두산중공업 최형희 대표(부사장)가 임직원에게 보낸 e메일에서 “두산건설에 대한 추가 지원은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두산중공업이 최근 6084억 원의 유상증자를 하면서 두산건설에 3000억 원을 지원하기로 한 데 대해 ‘두산건설에 앞으로도 돈이 더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임직원 사이에 돌자 내린 조치였다.

결국 이번 지분 인수가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느니 차라리 자회사로 편입한 뒤 두산건설과의 시너지를 노리겠다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두산 측은 일단 이번 조치로 향후 두산건설의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이번 지분 인수로 주주가 단일화되면서 각종 의사결정 단계를 최소화할 수 있고, 양 사가 국내외 주택 건설과 SOC 사업을 해온 만큼 동종 사업 간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의 전망은 엇갈린다. 두산건설의 재무 상태가 두산중공업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두산건설이 장기간 어려움을 겪으면서 사업부문 매각과 구조조정을 거듭해 주요 인력을 잃었다”며 “재무 부담도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은 두산중공업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100% 자회사 편입으로 의사결정 과정이 쉬워지니까 두산건설의 부실한 부분을 다 털어내고, 체질 개선을 하자는 의미도 있을 것”이라며 “결국 두산건설의 정상화 과정을 거쳐 다시 매각할 수 있는 시나리오도 염두에 둘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인수 발표 뒤 13일 두산중공업 주가는 전날보다 1.97% 하락한 반면 두산건설 주가는 9.06% 올랐다.

변종국 bjk@donga.com·정순구 기자
#두산중공업#두산건설#상장폐지#대량 미분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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