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폰’ 상징 LG폰의 몰락…중국폰에 치여 해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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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4월 25일 11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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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막한 이동통신박람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9’ LG전자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5G 스마트폰 ‘LG V50 씽큐’와 탈착형 악세서리 ‘LG 듀얼 스크린’을 살펴보고 있다. (LG전자 제공)
25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막한 이동통신박람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9’ LG전자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5G 스마트폰 ‘LG V50 씽큐’와 탈착형 악세서리 ‘LG 듀얼 스크린’을 살펴보고 있다. (LG전자 제공)
초콜릿폰과 프라다폰으로 승승장구하던 LG전자의 MC사업본부가 프리미엄과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모두 점유율이 감소하면서 ‘원가절감’이 아니면 버틸 재간이 없는 지경이 됐다.

LG전자는 24일 국내 스마트폰 제조 공장인 평택 공장에서 스마트폰 생산을 중단하고 이를 베트남과 브라질로 옮긴다고 밝혔다. 더불어 국내 인력 재배치에 나서며 ‘조직 축소’를 본격화 하고 있다.

◇‘프라다폰·초콜릿폰’ 만들던 LG폰 ‘아 옛날이여’

LG전자 MC사업본부는 2000년대 ‘피처폰’(음성통화 중심 휴대전화) 시절만 해도 세계 1·2위 업체인 노키아와 모토로라를 위협했다.

당시에는 저력을 입증했다. 2006년 5월 출시한 ‘초콜릿폰’ 하나로 LG전자 휴대전화 전체 판매량 2650만대 가운데 27%인 650만대를 판매했다. 뒤이어 ‘샤인폰’ ‘뷰티폰’ 등이 인기를 끌면서 세계 시장에서 모토로라와 소니-에릭슨을 제치고 3위로 올라서기도 했다.

이랬던 LG전자 MC사업본부는 2007년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한 후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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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는 명확했다. 바로 전략의 실패. LG전자는 아이폰이 출시되고 난 이후 글로벌 스마트폰 초기 시장이 서서히 확산할 때 ‘아직 시장은 스마트폰을 원하지 않는다’며 후속 피처폰 개발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삼성전자 역시 LG전자처럼 스마트폰 시장 대응에 한발 늦었고 ‘옴니아’ 등으로 시련을 겪었지만 그래도 LG전자보다는 대응이 빨랐다.

결국 LG전자는 아이폰 출시 2년 후인 2009년에야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탑재한 첫 스마트폰 ‘안드로-원’을 출시하며 대응에 나서지만 시장에서는 참패했다. 이듬해 2010년 ‘옵티머스’를 출시한 LG전자는 2011년 세계 최초로 듀얼코어 CPU를 탑재한 ‘옵티머스 2X’를 내놓으며 반격에 나서지만 성공하지는 못했다.

지난 2010년 2월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LG전자의 휴대전화 사업에 대해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은 점유율 확대 전략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같은해 1분기 LG전자 MC사업본부는 스마트폰을 전년 대비 더 많이 팔았지만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 20%·89% 줄었다.

그리고 2016년 3월 출시한 ‘모듈형’ 스마트폰 G5가 흥행에 참패하면서 MC사업본부의 수난은 본격화했다. 배터리, 기기와 모듈의 단차 등 성능에 대한 문제제기가 끊임없이 제기되면서 MC사업본부의 2016년 3분기 영업손실은 4256억원까지 곤두박질쳤다. 이를 계기로 LG전자 스마트폰에 대한 소비자 인식은 급격하게 ‘부정적’으로 바뀌었고, 한 번 뇌리에 새겨진 인식은 지금까지 쉽게 변하지 않고 있다.

◇치고 올라오는 중국폰에 글로벌 시장마저 침체 ‘설상가상’


상황이 악화했지만 제2의 ‘초콜릿폰’은 등장하지 않고 있다.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길어지고 중국 제조사가 세계 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출하면서 설 자리마저 좁아졌기 때문이다.

SA에 따르면 2014년과 2015년 세계 스마트폰 시장 성장률은 각 29.6%와 12.2%를 기록했지만 이후 2016년과 2017년에는 각 3.3%, 1.3% 증가하는데 그쳤다. 지난해에는 전체 출하량이 2017년 15억800만대보다 약 5% 감소한 약 14억3160만대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역성장했다.

중국 화웨이의 스마트폰 생산라인 © News1
중국 화웨이의 스마트폰 생산라인 © News1
그러나 중국 제조사들의 사정은 다르다. SA에 따르면 화웨이와 오포, 비보, 샤오미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상위 4개업체의 자국 시장점유율은 약 80%다. 특히 2010년 스마트폰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화웨이는 지난해 2분기 세계 시장 점유율에서 애플을 밀어내고 처음으로 2위 자리를 꿰찼다. 그리고 지난해 전체 점유율은 14.4%로 애플과 수치상으로는 동률을 이뤘다.

신흥 시장인 인도에서도 마찬가지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2017년 4분기 샤오미는 26.8%의 인도시장 점유율로 1위에 올랐다. 이후 3개 분기 연속 1위 자리를 수성했다. 인도 진출 불과 2년만의 일이다. 이른바 ‘가격 대비 성능’(가성비)이 통한 것이다.

MC사업본부가 저지른 몇 번의 ‘실수’는 결국 프리미엄 스마트폰에서는 삼성전자와 애플에, 중저가 스마트폰에서는 중국 제조사에 뒤지면서 ‘원가 절감’이 아니면 버틸 수 없는 지경에 까지 이르게 됐다는 분석이다.

◇“LG폰이 버텨줘야 하는데…” 동종업계 ‘뒤숭숭’

LG전자의 공장 철수 소식이 전해지자 업계도 뒤숭숭한 모습이다. LG전자가 스마트폰 생산을 해외로 모두 이전한다는 소식이 24일 전해지자 업계 관계자는 “그래도 LG전자 스마트폰이 버텨줘야 하는데…”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 수장인 고동진 IM부문장도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의 부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 마다 “LG전자가 힘을 내야 우리도 더 잘할 수 있다”며 “진심으로 잘 되기를 바란다”고 답하기도 했다.

LG전자의 국내 공장 철수, 고 사장의 ‘우려’ 뒷면에는 세계를 호령하던 한국 스마트폰이 ‘뒷방’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깔려있다.

실제 SA는 “올해 화웨이가 스마트폰 매출에서 삼성전자를 넘어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화웨이는 2020년 삼성전자를 추월해 세계 1위의 휴대전화 브랜드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접는 것은 아니지만 원가절감으로 버티는 것이 답은 아니지 않느냐”며 “삼성전자 홀로 고군분투하는 상황에서 이마저도 최근 갤럭시 폴드 논란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LG전자마저 힘을 잃어) 앞으로 1~2년이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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