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조성기]과연, 정부에 주류산업 정책이 있는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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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기 아우르연구소 대표·경제학박사
조성기 아우르연구소 대표·경제학박사
주류산업 정책에 적신호가 켜졌다. 지난 수년간 정부의 주류산업 정책은 수제맥주 활성화를 위한 만찬주 활용, 시설기준 완화, 유통채널 확대, 주세 경감 등이 거의 전부였다. 무리한 평가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지난 3년간 정부가 ‘국민건강 증진, 전통주 보전, 우리 농산물의 사용 촉진, 유통질서 확립, 환경관리 등’을 위해 무슨 일을 했는가 묻고 싶다. ‘매우 불충분하였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과연 정부에 주류산업 정책이 있는가? 정부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그런 가운데 정부는 작년부터 종량세제화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그 제도 전환도 ‘과연 누구를 위한 제도인지’ 궁금하다.

세제를 바꿀 때 정책의 중핵을 국민건강 증진에 두겠다면 차라리 박수를 보낼 이가 많을 것이다. 2018년 고위험음주율이 19.2%나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조짐은 아직 감지되지 않는다.

정부 발표대로 종량세제 전환이 수입 맥주에 대한 역차별 해소나 맥주의 품질 제고 등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그것이 전부라면 안타까운 일이다.

고급주류도 과음 시 건강 위해성을 피할 수 없다. 왜 주류의 고급화에 정부가 나서는지 답답한 노릇이다. 정부가 주류산업정책의 주요 맥락을 놓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조세 중립적 정책 전환을 하겠다고 한다. 그 경우 정책은 정치가 되고 만다.

종가세제를 종량세제로 바꾸면 통상 저도주인 맥주 수요 증가가 늘어난다. 그 결과 중 하나는 대체재인 막걸리, 전통주 수요 감소가 예상된다. 국내 농산물 수요가 줄게 될 것이 분명하다.

더욱이 종량세제는 고가 맥주나 위스키 등 해외 주류 수입을 부추기게 된다. 고소득층의 부담만 줄여 위화감을 조성할 일이 된다.

정부 주류산업 정책에 철학과 방향성이 안 보인다. 필요성도 불분명하고 형평성과 책임성 문제를 동반하는 정책은 진척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주세정책의 전환은 간단치 않다. 국민건강이나 전통주와 농가소득의 보전, 술 산업의 건전성 등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

정부는 정책 변화가 낳는 상대적 폐해를 잘 살피고 추진해야 한다. 포괄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 없이는 국민적 동의를 받기 어렵다.

적어도 수제맥주 정부라는 비판을 들어서는 안 된다. 국민건강, 식량자원의 보전, 민생 등 국가적 위기관리에 도움이 되도록 판을 제대로 짜야 한다.

술은 국민의 애환을 달래는 데 필요한 물질이고, 주세는 국정 운영에서 소중한 재원이다. 국민건강을 생각하는 정부, 전통주 0세율을 실현하여 국가 식량자원을 보호하는 정부, 서민 주류를 중시하는 민생정부 등 가야 할 길이 분명하다. 제 길을 찾는 정부를 보고 싶다.

조성기 아우르연구소 대표·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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