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고르던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재추진 시나리오는

  • 뉴스1
  • 입력 2019년 4월 1일 10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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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표대결 완승으로 주주 신뢰 ‘확인’
올해 재추진 가능성 반반…모비스 분할 상장 등 거론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News1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News1
현대차그룹이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과의 힘겨루기에서 완승함에 따라 숨고르기 중이던 지배구조 재편 작업에 힘이 실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 임직원과 국내 대형 로펌, 회계법인·자문사 등으로 구성된 지배구조 개편 태스크포스(TF)팀이 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TF팀 해산은 2가지 의미를 가진다. 일단 지난해 실패한 1차 지배구조 재편안의 보완작업을 끝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이게 아니라면 지배구조 개편을 서두르기보다 시간을 가지고 준비하려고 팀을 해산했을 수 있다.

첫 번째 이유일 경우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이 올해 나올 가능성이 있다. 최근 정기 주주총회에서 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어깃장을 놨던 엘리엇을 압도한 만큼 이 분위기를 이어가자는 판단을 내렸을 수 있어서다. 다만 내부적으로 만반의 준비를 갖추자고 판단했을 수 있어 시기를 단언하기는 사실 어렵다.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을 올해 재추진한다면 1차안을 토대로 주주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완충장치 마련에 공을 들였을 것이라는 게 시장의 예상이다.

거론되는 시나리오는 지난해 내놨던 1차와 마찬가지로 현대모비스를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놓는 안이다. 금융계열사를 산하에 둘 수 없고 자회사간 투자가 제한되는 지주사 체제는 완성차 브랜드가 선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현대차그룹은 모비스→현대차→기아차→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갖추고 있다. 모비스를 지배 최상단에 놓고 여러 계열사들이 보유한 모비스 지분을 총수 일가가 매입하면 지배구조 개편과 경영권 승계를 동시에 꾀할 수 있다. 이 때 모비스는 지배회사의 프리미엄을 가지기 때문에 사업부문을 분할해 다른 계열사와 합병하는 식으로 균형을 맞출 가능성이 있다. 1차안과 기본 골격은 유사하다.

관건은 1차 개편안의 발목을 잡았던 합병비율과 순환출자 고리를 끊을 재원 확보다. 엘리엇이 걸고 넘어진 합병비율 논란을 잠재우려면 모비스를 존속법인과 분할법인으로 나누고 이를 각각 유가증권 시장에 재상장해 공정가치를 평가받는 방식이 최선이다.

분할법인을 어떤 계열사와 합치더라도 공정가치를 근거로 합병비율을 정하면 관련 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 여기서 공정가치란 각 법인 상장 후의 주가를 의미한다. 많은 사람들이 사고 파는 과정에서 정해진 기업의 적정 가치가 주가여서 합병비율에 대한 문제제기를 예방할 수 있다.

합병비율을 해결했다면 남은 과제는 순환출자 해소에 필요한 재원 확보다. 현대차그룹 순환출자 고리를 끊으려면 총수 일가가 기아차 보유의 모비스 지분 16.9%를 매입하면 된다. 현재 모비스 주가를 기준으로 기아차 보유 지분 매입에만 3조5000억원가량의 자금이 필요하다.

재원확보를 고려한다면 모비스 분할법인은 다시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게 유리하다. 정의선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글로비스의 덩치를 키워 주가를 견인하고 이를 판 대금으로 모비스 지분을 매입하면 순환출자 구조는 끊어진다.

모비스는 지배회사 프리미엄을 가져가고 계열사 교통정리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방안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 부회장이 지분 11.7%를 지닌 현대엔지니어링의 계열사 합병을 통한 우회상장 시나리오도 언급된다. 합병 주체 기업은 그룹 주력 건설기업인 현대건설이다.

모비스 분할법인과의 합병 대상이 바뀔 여지는 있다. 정 부회장이 지분 9% 이상을 보유한 현대오토에버도 후보군 중 하나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결국 재원마련이 핵심”이라며 “현대차그룹이 올해 지배구조 개편을 재추진하지 않는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기를 조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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