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주 하나은행장 3연임 포기…후임에 지성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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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2월 28일 21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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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임 유력하던 함 행장, ‘관치 논란’ 끝에 고사
카드 대표에 장경훈, 금투 이진국 대표 연임

지성규 KEB하나은행 차기 은행장 내정자 (사진제공 하나은행) © 뉴스1
지성규 KEB하나은행 차기 은행장 내정자 (사진제공 하나은행) © 뉴스1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이 3연임을 포기했다. 금융감독원이 자신의 연임에 반대하며 관치 논란이 일자 부담을 느껴 용퇴를 결정했다. 2015년 9월 하나·외환은행을 통합한 KEB하나은행의 초대 행장으로 취임한지 3년6개월 만이다.

함 행장의 후임으로는 지성규 현 글로벌사업그룹 부행장(56)이 내정됐다. 연임이 유력했던 함 행장이 스스로 빠지면서 금감원 관치·인사 개입 논란은 더욱 가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8일 하나금융그룹에 따르면 함 행장은 이날 열린 그룹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 “3연임에 나서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나은행장 선출은 그룹 임추위가 2~3명 복수 후보를 추려서 은행 임추위로 넘기면 은행 임추위가 1인 후보를 선택하는 절차로 진행된다. 함 행장은 그룹 임추위가 선정하는 1차 후보자 명단에서부터 빠지겠다고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임추위는 지성규, 황효상 부행장 2명을 추려 은행 임추위로 넘겼고, 은행 임추위가 지 부행장을 차기 은행장 최종 후보로 추천했다. 지 부행장은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91년 하나은행에 입행해 현재 글로벌사업그룹 부행장, 지주 글로벌 총괄 부사장을 겸임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지 부행장이 하나은행 중국유한공사 은행장을 역임해 전략·재무·영업 전반에 탁월한 식견과 경험을 바탕으로 하나은행의 위상을 높이고, 세대교체를 통해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을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함 행장이 3연임을 포기한 결정적인 이유는 금감원의 압박이다. 금감원은 함 행장이 채용비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법률적 리스크’를 들어 함 행장의 연임을 사실상 비토했다. 금감원은 지난 26일 그룹 임추위 멤버인 사외이사들과 만나 “함 행장이 3연임에 성공해서 임기 중 유죄 판결을 받으면 CEO 공백 등 지배구조는 물론 경영·대외 평판 모든 면에서 문제가 생긴다”는 우려를 표했다.

이후 감독당국이 민간 금융사 인사에 개입한다는 관치 논란이 거세게 일었지만, 금감원은 “기본적으로 할 일을 한 것”이라며 강경 태세를 이어갔다. 금감원과 하나금융은 지난해 김정태 회장의 3연임을 두고도 충돌하다가 청와대에서 확전 자제를 주문하며 일단락 됐었다. 이번 함 행장의 연임 논란이 2라운드인 셈이었다. 금감원은 함 행장이 현재 재판을 받고 있어 실질적인 CEO 리스크가 있다는 점에서 지난해보다 명분이 있다고 판단했다.

하나금융 내부에서는 금감원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함 행장의 3연임 기류가 강했다. 함 행장 취임 후 하나은행이 최대 실적을 이어가고 있고, 하나·외환은행 통합 등 성과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채용비리 혐의 재판이 연임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변수가 아니라는 게 내부 중론이었으나, 금감원이 사외이사들을 직접 만나 반대 의견을 전달하며 기류가 차츰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함 행장 본인이 금감원과의 갈등이 은행과 그룹에 부담을 준다고 판단하고 스스로 용퇴를 결정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함 행장이 재판을 받는 피로감을 주변에 토로했다고도 알려졌다.

결국 금감원의 압박에 하나금융이 투항한 셈의 결과가 나와 관치 논란은 한층 더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이 문제를 쟁점화하고 나섰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용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금감원이 민간 회사에 불순한 의도를 갖고 개입하고 있고, 이는 시장경제 파괴행위”라며 “금감원장의 뜻인지, 정권 차원에서 밀어붙이는 일인지 철저히 추궁하겠다”고 주장했다.

한편 그룹 임추위는 이날 하나카드 차기 사장으로 장경훈 하나은행 부행장을 추천했다. 하나금융투자 이진국 사장과 하나캐피탈 윤규선 사장은 연임한다.

또 전날 관계회사경영관리위원회는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신임 사장에 김희석 전 농협금융지주 부사장을 영입하기로 했으며 하나에프앤아이 신임 사장에는 곽철승 전 하나금융지주 전무를 추천했다. 하나자산신탁 이창희 사장과 하나펀드서비스 오상영 사장, 핀크 민응준 사장은 연임됐다.

하나금융그룹은 이날로 9개 관계회사 CEO 후보 선정을 마무리하고, 다음달 21일 각사 주주총회에서 CEO를 최종 선임한다고 밝혔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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