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년 만에 간판 내린 메릴린치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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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당시 BoA에 인수돼… BoA, 메릴린치 브랜드 삭제

2008년 한국투자공사(KIC)가 투자했던 세계 3대 투자은행(IB) ‘메릴린치’ 브랜드가 104년 만에 미국 월가에서 완전히 사라진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 메릴린치를 인수했던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일부 사업에서 메릴린치 이름을 빼기로 했다”고 전했다. 두 회사의 합병이 10년이 지난 만큼 기존 이름 대신 ‘BoA로의 통합’을 강조할 시기가 왔다는 판단에서다.

BoA는 메릴린치 인수 후 IB, 증권거래, 기업금융 부문 이름을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AML)’로 바꿔 기존 메릴린치 브랜드를 계속 썼다. 하지만 이제 IB와 증권거래 부문은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증권’, 기업금융 부문은 ‘뱅크오브아메리카(BoA)’로 바뀐다.

WSJ는 “사명 변경은 한 시대가 막을 내린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진단했다. 베어스턴스, 리먼브러더스 등 금융위기 당시 파산하거나 다른 금융사로 피인수된 회사들과 달리 메릴린치는 합병 후에도 비교적 오랫동안 옛날 이름을 유지해 왔지만 이제 그 유효기간이 끝났다는 뜻이다.

메릴린치의 모태는 1914년 설립된 증권사 ‘찰스 E 메릴’. 1년 후 에드먼드 린치가 파트너로 참여해 ‘메릴린치’란 이름을 쓰기 시작했다. 한때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와 함께 세계 3대 IB로 군림했지만 금융위기 여파를 피해가지 못했다. 메릴린치는 한국과도 관련이 깊다. KIC는 2008년 1월 메릴린치 주식 20억 달러(약 2조2370억 원)를 사들였다 주가 급락으로 한때 ‘투자 실패’ 논란에 시달렸다. KIC는 메릴린치를 인수한 BoA 주가가 올라 투자 원금을 회복하자 2017년 말 보유 지분 전량을 매각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메릴린치#boa#한국투자공사(k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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