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초 만난 정용진의 꿈… ‘한국판 아마존’ 어디로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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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상거래 사업의 컨트롤타워
하남 ‘온라인 물류센터’ 무산… 교통혼잡 등 이유로 주민들 반대
신세계 “대체부지 신속 선정”… 남양주-의정부-구리 등 물망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사진)이 전자상거래 사업의 본거지로 낙점한 경기 하남시 미사지구 온라인센터 건립이 지역주민의 반대로 최종 무산됐다. 정 부회장이 “신세계의 전자상거래 사업을 아마존을 능가할 정도로 키우겠다”고 밝힌 만큼 이 구상을 실현할 물류센터의 다음 후보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는 최근 하남 미사강변도시를 대체할 온라인센터 땅을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남시 인근 경기 남양주, 의정부, 구리, 용인, 광주시 등이 물망에 올랐다. 반대 입장을 밝힌 하남시가 관내 대체 터를 찾는 데 협조하겠다고 한 만큼 미사지구를 제외한 하남지역 다른 곳에 온라인센터가 들어설 가능성도 있다. 신세계 관계자는 “대체지를 어디로 할지는 아직까지 선택권이 열려 있다. 경기권이 아닐 수도 있다”면서도 “여러 지자체가 비공식적으로 온라인센터 유치 의사를 밝힌 만큼 건립을 원하는 지자체를 우선순위에 두고 대체지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가 설립하려는 온라인센터는 신세계 전자상거래 사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될 곳으로 정 부회장이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는 사업이다. 정 부회장은 이미 성공을 거둔 스타필드에 이어 온라인센터를 하남의 또 다른 상징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었다. 3월 신세계 채용박람회 현장에서 “(하남에) 아마존을 능가하는 세상에 없던 최첨단 온라인 전용센터를 만들 계획”이라며 “아파트 30층 높이에 예술성도 가미해 하남의 랜드마크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 부회장의 발표 직후 이 사업은 일부 주민의 극심한 반대에 부닥쳤다. 주민들은 “대형 물류센터가 들어서면 환경오염과 교통 혼잡이 지금보다 훨씬 심각해질 것”이라며 반발했다. 부지 계약이 무기한 연기되면서 신세계가 두 차례나 주민설명회를 열었지만 반대 주민들의 불참으로 설명회는 무산됐다. 결국 지난달 추석 연휴를 앞두고 하남시는 ‘온라인센터 건립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측에 보냈다. 신세계 측은 “온라인 물류센터뿐 아니라 첨단기술 연구시설 등 다양한 기능을 하는 공간으로 만들 예정이었는데 사업이 무산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신세계는 내년에 본격 추진할 예정인 전자상거래 사업에 차질이 없도록 대체지를 최대한 빨리 선정할 계획이다. 정 부회장이 속도를 내고 있는 전자상거래 사업 강화를 위해서는 온라인센터 건립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신세계는 이미 2곳의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고, 경기 김포시에도 새 온라인센터를 짓고 있다. 하지만 이미 해외투자자로부터 1조 원 이상의 투자를 받은 데다 현재 연 2조 원 규모인 전자상거래 시장이 정 부회장의 구상대로 5년 내 10조 원대로 커질 경우 3개의 소규모 온라인센터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 신세계그룹 하남 온라인센터 일지 ::

2018년 3월 26일 ―신세계 하남미사지구 자족시설용지 낙찰 (부지면적 2만1422m²·입찰금액 972억200만 원)
3월 30일 ―주민반대로부지계약체결잠정연기
5월 3일 ―1차 간담회 개최 (하남시, 이마트물류센터 철회 비상대책위원회, LH, 신세계 참여)
8월 27일 ―2차 간담회 개최
9월 19일 ―하남시 온라인센터 건립 공식 반대 공문 LH에 발송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정용진#신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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