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의 지혜]정부 개입 이전에… 기업 스스로 투명성 찾아야

  • 동아일보

대기업은 시장에 대한 막대한 영향력을 통해 정치권력을 확대한다. 또 이렇게 확보한 정치권력을 시장에 대한 영향력으로 다시 변환시킬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 이처럼 기업이 국가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에게 유리한 경제적 환경을 조성하는 문제는 시장 자본주의의 모범 국가인 미국에서도 심각해지고 있다. 소위 ‘금권정치’는 그저 후진국에서나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시카고대 경영대학원의 루이지 친갈레스 교수는 기업에 대한 정치적 이론을 제시한다. 기업이 시장에서 가진 영향력이 정치권력으로 얼마만큼 변환되는지, 또 이렇게 변환된 정치권력은 기업의 시장권력을 보호하고 강화하는 데 어느 정도나 사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분석틀이 필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친갈레스 교수의 연구 결과, 지난 20년 동안 미국 산업의 75%에서 부의 집중화 정도가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동시에 상장기업의 규모(평균 시가총액)는 3배 상승했다. 이 현상은 몇 가지 부수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대표적으로 신생 기업의 비율이 1980년대 말 14%에서 2014년 10% 미만으로 낮아졌고, 중소기업의 수익률도 급감했다. 한마디로 대기업 집중도가 심화돼 시장 전체적으로 볼 때 부정적 영향을 끼친 것으로 드러났다.

친갈레스 교수는 미국의 대기업 집중도와 로비 증대 등의 문제는 시장의 자율 규제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고 주장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업 활동의 투명성을 증대해야 하며, ‘회전문 인사’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고, 반독점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등 다양한 정치적 수단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물론 정부 개입과 규제가 무조건 옳다는 건 아니다. 다만 자본주의의 상징인 미국에서도 대기업 집중화가 시장의 활력에 오히려 악영향을 끼치는 측면이 있기에 주의해야 한다는 얘기다. 한국 기업들 역시 투명성 확보 등 다양한 방법으로 스스로 해결해 나갈 길을 찾아야 할 때가 됐다.

이왕휘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lee.w@ajou.ac.kr
#정부 개입#기업#정치#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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