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관리 분야에서 변하지 않는 현상이 있다면, 그건 바로 70% 이상의 프로젝트가 실패를 경험한다는 것이다. 일정 지연, 예산 초과, 품질 저하 등 실패의 이유는 다양하다. 이처럼 프로젝트가 계획대로 진행될 수 없는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면 원래 계획을 수정해 나가야겠지만, 의사결정자들은 종종 초기 계획을 그대로 고수하다 실패를 뻔히 지켜보곤 한다. 특별히 정보기술(IT) 프로젝트에선 이러한 현상을 ‘귀머거리 효과(deaf effect)’라고 부른다.
귀머거리 효과란 의사결정자가 프로젝트와 관련해 부하 직원이나 다른 사람들이 보내는 경고를 귀담아듣지 않는 현상을 의미한다. 즉,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로 인해 향후 프로젝트 상황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아랫사람의 지적을 묵살하는 것이다. 의사결정자의 귀머거리 효과는 조직에 금전적인 손실은 물론이고 신뢰도 하락과 같은 심각한 비금전적인 손실을 초래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미국 조지아주립대 마크 케일 교수 등으로 구성된 연구진은 귀머거리 효과가 어떤 상황에서 발생하는지에 대해 흥미로운 연구를 진행했다. 이들은 프로젝트의 문제점을 얘기해주는 ‘메신저’가 어떤 성향이냐에 따라 귀머거리 효과 발생 여부가 큰 영향을 받는다는 가설을 수립했다. 즉, 메신저가 프로젝트의 성공을 함께 원하는 ‘조력자’라면 의사결정자는 이들의 말에 귀를 기울일 가능성이 높지만, 메신저가 사사건건 시비를 거는 ‘감시자’라면 이들의 말을 묵살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가정했다.
실험 결과, 가상의 프로젝트를 지휘하는 부서장은 ‘조력자’가 쓴소리를 할 경우 프로젝트를 중단하거나 방향을 전환했다. 메신저의 의견이 프로젝트 상황과 관련성이 높다고 생각하고 귀를 기울임으로써 위험을 제대로 인식한 결과다. 반면, ‘감시자’가 쓴소리를 한 경우엔 리스크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원래부터 트집 잡기를 일삼는 사람이 하는 소리는 프로젝트와 관련성이 낮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메신저와 의사결정자의 관계는 귀머거리 효과의 발생 가능성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기업들은 향후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내부 감독관’을 ‘조력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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