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매각 日 도시바, 美 브로드컴에 우선협상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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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력 후보 ‘미일 연합’ 자금마련 실패
올해안 자금난 해결 시급한 도시바, 22조2200억 입찰 브로드컴에 손짓
대만 훙하이, 차이나머니 경계에 발목

반도체 사업 매각을 추진 중인 도시바가 미국 반도체회사 브로드컴에 우선협상권을 주기로 하고 관련 협의에 착수했다고 일본 아사히신문이 6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두 회사가 이달 들어 마무리 협의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동안은 미국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일본 민관펀드인 산업혁신기구(INCJ)가 포함된 이른바 ‘미일 연합’이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혔다. 일본 정부가 국가안보와 직결된 반도체 기술의 해외 유출을 꺼렸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도 4월 브리핑에서 “산업혁신기구의 취지에 맞는 안건이라면 제도상 지원할 수 있다”고 거들었다.

하지만 ‘미일 연합’은 2조 엔(약 20조2000억 원)이 넘는 인수자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벽에 부딪쳤다. 경제산업성은 도시바에서 반도체를 공급받는 후지쓰 등 기업 10여 곳에서 100억 엔(약 1010억 원)씩 모으겠다는 아이디어를 냈지만 정작 돈을 내겠다는 기업은 나오지 않았다. 결국 이 기업들은 지난달 19일 2차 입찰에 참가하지 않았다.

하루라도 빨리 자금난을 해결해야 하는 도시바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며 브로드컴에 손을 내밀었다. 신문은 “도시바가 채무초과를 해소하고 상장폐지를 막으려면 올해 안에 매각을 완료해야 한다”며 “미일 연합에서 조건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이르면 이달 중순 브로드컴에 우선협상권을 줄 방침”이라고 전했다.

브로드컴은 2차 입찰에서 사모펀드 실버레이크파트너스와 손잡고 인수액으로 약 2조2000억 엔(약 22조2200억 원)을 써냈다. 금액으로는 애플, 아마존과 손잡은 대만 훙하이가 약 3조 엔(약 30조3000억 원)을 써내 가장 많았지만 ‘차이나 머니’를 경계하는 일본 정부의 반대를 넘지 못했다.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털과 손잡고 인수에 참여한 SK하이닉스는 같은 낸드플래시를 만든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세계 각국에서 독점금지법 심사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매각이 늦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신문은 “브로드컴은 통신용 반도체를 만들기 때문에 심사에 시간이 걸릴 우려가 작다”고 전했다.

마지막 장애물은 독점교섭권을 요구하며 국제중재재판소에 중재를 신청한 미국 웨스턴디지털(WD)이다. 브로드컴의 경쟁사이기도 한 WD는 도시바와 욧카이치 공장을 공동 운영하고 있으며 “합작사의 동의 없이 지분을 매각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도시바는 브로드컴에 우선협상권을 주고 WD와 직접 협상하도록 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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