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형수 규제’에 웃는 조선, 우는 해운

  • 동아일보

환경보호 위해 평형수 관리강화… 기술력 앞선 조선업계, 수혜 기대
해운업계는 비용부담 늘어 당혹… 배출가스 규제도 업계 명암 갈라
중장비 ‘호재’ 車업계 ‘악재’ 예고

 올해 강화되는 환경규제를 두고 업종 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같은 규제를 두고도 사업형태에 따라 유·불리가 갈리고 있다.

 조선·해운업계에서는 올해 9월 발효될 예정인 ‘선박 평형수 관리협약’이 큰 관심사다. 선박 평형수는 선박이 균형을 잡기 위해 탱크에 주입하거나 빼는 물을 말한다. 선박들이 전 세계 바다를 돌아다니며 평형수를 넣고 빼는 과정에서 한곳에 있던 플랑크톤과 각종 생물이 다른 곳에 옮겨지다 보니 생태계가 어지러워지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이를 막기 위해 국제해사기구(IMO)가 선박 평형수 처리설비 설치를 강제화한 협약을 마련해 발효를 앞두고 있는 것이다.

 조선업계는 협약 발효로 국내 조선업계가 큰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의 세계 평형수 처리시장 점유율이 48.7%에 이를 정도로 국내 업체들이 시장을 선점했고 기술적으로도 앞서가는 추세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IMO에서 최종 승인한 평형수 처리 기술 41개 중 16개를 국내 업체가 갖고 있다. 이 분야 세계 1위 업체인 테크로스의 김성태 전무(한국선박평형수협회장)는 “중국 등 후발업체의 추격과 올 7월 IMO 총회에서 준비가 덜 된 회원국들의 요구로 협약이 수정될 가능성 등 변수가 있지만 오래 기다려온 만큼 기대하는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반면 운영하는 선박에 평형수 처리설비를 달아야 하는 해운업계는 비용이 늘어 고민이다. 협약이 발효되면 그 이후 건조되는 배는 즉시, 그전에 지어진 배는 5년 내에 처리 설비를 달아야 한다. 척당 제품비용 약 5억 원, 설치비용 약 3억 원 등 8억∼10억 원을 더 들여야 한다. 가뜩이나 운임 ‘치킨게임’에서 밀리고 있는 국내 해운업체들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가까운 바다를 운항하는 근해선사의 배들은 규모가 작아 설비를 탑재할 공간도 부족하고 부담도 더 크다. 대책으로 정부는 협의체를 신설해 고가의 장비를 공동구매하도록 유도하거나 1조 원 규모의 ‘에코쉽펀드’를 활용해 설치 비용을 저금리로 빌려주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배출가스 규제를 두고는 자동차와 중장비 업계의 희비가 엇갈린다. 올해 말부터 국내에서 배출가스 인증 위반 과징금이 기존의 매출 기준 3%에서 5%로 상향되고 특히 9월부터 디젤차의 실제도로 운행 배출 규제가 도입된다. 새 기준을 맞추기 위해 새 엔진을 개발하는 비용이 드는데, 승용차 시장에서 이는 원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비용 부담 증가 등의 문제로 규제 시행 시기를 조절해달라고 꾸준히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 소비자가 아니라 기업을 상대로 한 영업이 많은 엔진·중장비 생산 업계에서는 환경 규제 강화가 호재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 일반 소비자가 아니라 기업을 상대로 제품을 판매하기 때문에 신기술 개발과 적용, 그리고 신제품 생산에 필요한 비용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기가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이다. 신기술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새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업체가 시장에서 도태되면 살아남은 기업은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친환경 소형디젤엔진(G2)을 개발해 생산 중인 두산인프라코어 관계자는 “환경 기준을 충족하면서 세계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면 시장지배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성규 sunggyu@donga.com·김도형 기자
#해운#조선#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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