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 떨어진 한국경제 ‘산 넘어 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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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걸음질 치는 한국경제]보호무역-美금리 등 기존 변수에 獨도이체방크 부실 ‘새 뇌관’… 겨우 지핀 내수불씨 꺼뜨릴수도

 “파업도 우려스럽지만 파업이 끝난 이후가 더 큰 문제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2일 한국 경제의 현 상황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이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독일 도이체방크 부실 △미국 금리 인상 △안보 불안 등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변수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최근 시작한 국내 최대 쇼핑·관광축제인 ‘코리아 세일 페스타’ 등을 통해 내수 부양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애써 지핀 불씨가 외부의 작은 변수 하나에 꺼질 수 있을 정도로 경제 체력이 떨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장 도이체방크 문제가 새로운 글로벌 금융위기의 뇌관이 될 가능성이 국제 금융시장에서 제기된다. 도이체방크는 미국에서 보증이 제대로 되지 않은 부실한 주택저당증권 담보부증권(MBS)을 판매한 혐의로 수십억 달러의 벌금을 낼 위기에 처해 있다. 이 때문에 일부 헤지펀드가 도이체방크에서 자금을 빼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통째로 흔들릴 가능성이 제기된 상태다.

 미국 법무부와 도이체방크가 벌금 규모를 140억 달러(약 15조4000억 원)에서 54억 달러로 줄이는 데 합의했다는 소식이 나왔지만 여전히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변수라 개천절 연휴 직후 국내외 금융시장 상황을 면밀히 살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연내 금리 인상 여부도 한국 경제에 큰 영향을 끼칠 요소다.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미 하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서 “상황이 지금과 같고 새로운 위험 요인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전제로 (연준의) 동료 다수는 그런(금리를 올릴) 방향으로 한 단계를 밟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안보 및 통상 변수도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요인으로 꼽힌다. 무엇보다 북한 핵실험을 계기로 조성된 안보 불안이 한국 경제에 부정적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안보 위기가 예전처럼 즉각적으로 국내 증시 및 환율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위기 상시화로 국제 신용평가사 및 해외 투자가들이 한국을 바라보는 시각이 불안해질 개연성이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에서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산정을 담당했던 토머스 번 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은 최근 워싱턴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이 한국 시장에 지속적이며 장기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에 대해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미국#금리#보호무역#독일#도이체방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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