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車수출 ‘빅3’ 탈락… 12년만에 멕시코에 추월당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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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걸음질 치는 한국경제]9월 수출, 한달만에 다시 내리막

 자동차 산업을 비롯해 한국 전 산업 분야에서 수출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자동차 수출은12년 만에 ‘빅3’에서 탈락할 위기에 처했다.

 세계 수출시장이 불황인 가운데 환율 변동을 이용해 경쟁국인 일본 등의 업체들은 낮은 가격을 무기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자동차 노동조합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연례행사처럼 파업을 이어 가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장기적으로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때문에 한국 기업들은 주요 생산거점을 인건비가 싼 외국으로 옮기고 있다.

○ 멕시코에 추월당한 한국 車수출

 한국은 2005년 스페인과 미국을 제치고 세계 자동차 수출국 3위에 오른 이래 지난해까지 11년간 줄곧 3위를 지켜 왔다. 1, 2위는 독일과 일본이 다퉜다. 하지만 올해는 멕시코에 3위 자리를 내줄 가능성이 크다.

 2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1∼8월 한국의 자동차 수출은 총 169만2906대로 지난해보다 14.4% 줄었다. 같은 기간 독일(294만3200대)과 일본(292만9772대)이 각각 1, 2위를 차지했으며 3위는 멕시코(181만5566대)였다. 한국은 4위로 밀려났다. 시장 상황에 큰 변화가 없는 한 올해 연간 수출 실적도 멕시코에 밀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한국 자동차 산업은 1∼7월 생산에서도 인도에 밀려 올해 12년 만에 세계 6위로 내려앉을 위기에 처했다.

 자동차 업계 노조의 파업이 수출 부진의 주요 이유로 지목된다. 현대자동차 노조가 벌인 파업으로 2일 현재까지 빚어진 생산 차질은 12만6000대에 이른다. 금액으로는 2조7800억 원 규모다. 현대차 노조는 8월 월평균 5만8000원 임금 인상, 성과급, 격려금, 현금, 재래시장상품권, 주식 등 1인당 평균 1800만 원에 이르는 인센티브를 담은 합의안을 거절하며 부결시킨 뒤 파업을 이어 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자동차 업체들은 파업으로 차질을 빚은 생산량을 해외 현지 생산으로 충당하고 있다. 기아자동차는 올해 멕시코에 네 번째 해외 생산 공장을 세워 5월부터 가동에 들어갔다. 연간 생산 규모는 약 40만 대 수준. 멕시코는 저렴한 인건비, 저비용 고효율 구조의 최신 공장, 북미와 가까운 지리적 이점 등을 무기로 연간 340만 대를 생산하는 세계 7위, 중남미 2위의 자동차 생산국으로 성장했다. 현대차도 이달부터 중국에 제4공장 가동을 시작하며 매년 20만 대를 현지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 전 산업 수출 부진에 따른 위기감

 자동차 수출 부진은 제조업 전체 가동률 하락으로도 나타난다.

 통계청이 지난달 30일 발표한 8월 산업활동동향에서 광공업 생산은 전월보다 2.4% 줄었다. 현대차, 한국GM 등 국내 완성차 업체의 잇따른 노조 파업으로 자동차 생산이 전월보다 17.7% 줄어든 것이 결정적이다.

 국내총생산(GDP)도 성장이 둔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이미 6월 올해 GDP 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2.8%로 하향 조정했다. 하지만 이때는 현대차 노조의 장기 파업으로 인한 자동차 생산 차질과 코레일 파업 및 한진해운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돌입에 따른 육·해상 물류 대란 등의 영향이 반영되기 전이다. 실제 경제성장률은 6월 전망치에 못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다른 산업들도 상황이 심각하다.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7’의 배터리 발화와 이로 인한 전량 리콜이라는 악재를 만난 무선통신기기 부문은 지난달 24억 달러(약 2조6400억 원)를 수출하는 데 그쳐 전년 동기(33억4000만 달러)보다 27.9%나 줄었다. 2012년 7월 이후 50개월 만의 최대 감소율이다. 세부 품목별로는 휴대전화 완제품(4억6000만 달러)과 휴대전화 부품(13억 달러)이 각각 전년 동기보다 44.8%, 32.7% 감소했다.

 전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 확산의 직접적 영향을 받고 있는 철강도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철강 제품은 지난달 22억6000만 달러 수출에 그쳤다. 미국 정부가 대선을 앞두고 수입 규제를 갈수록 강화하고 있어 수출 차질은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석유 및 석유화학산업의 경우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8년 만의 감산에 합의했지만 여전히 실행까지는 불확실성이 남아있어 유가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내 한 자동차 업체 관계자는 “자동차 산업은 고용, 부품이나 서비스 등 연관 산업에 파급효과가 커 수출 불황이 이어지면 산업 전반으로 불황이 확산될 수 있다”며 “정부와 노사가 함께 위기를 타개할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은택 nabi@donga.com·김창덕 / 세종=이상훈 기자
#수출#자동차#멕시코#제조업#리콜#갤럭시 노트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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