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전동공구 ‘보쉬’ 누르고 국내점유율 1위 비결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30일 15시 34분


코멘트

계양전기 이정훈 대표 “안정적이면서 도전적인 길 간다”

“겉으로 안 보여서 우리가 잘 느끼지 못하지만 움직이는 모든 전자제품에는 모터가 들어갑니다. 탄탄하게 다져놓은 모터 기술을 바탕으로 하면 신사업도 실패 확률이 크게 줄어듭니다.”

이달 3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계양전기 본사 집무실에서 만난 이정훈 대표는 “안정적이면서도 도전적인 길을 간다”는 것이 경영 방침이라고 밝혔다.

서로 충돌하는 두 가지 목표를 과연 달성할 수 있을까. 이 대표는 “글로벌 경쟁력을 먼저 갖추고 그것을 기반으로 사업 다각화를 꾀하면 새로운 길을 가더라도 경쟁업체보다 한발 앞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내년이면 창사 40주년이 되는 계양전기는 세계 전동공구업계 강자인 독일 ‘보쉬’를 누르고 국내 전동공구 점유율 1위 자리를 줄곧 고수하고 있는 중견기업이다. 한국인의 손 크기와 생활습관 등을 고려한 전동공구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좋기로 유명하다. 전동공구기업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자동차 모터 사업 매출 비중이 더 높다. 지난해 계양전기 매출액 2814억 원 중 55%가 모터 사업이다. 공구 사업 매출은 45%다.

특히 자동차 시트 모터 분야에서는 국내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사용하는 시트모터의 70%는 계양전기가 납품하고 있다. 승용차 한 대에 들어가는 모터는 50여 가지종류가 넘는다. 계양전기는 현대·기아자동차, BMW, 벤츠, 마세라티 등 국내외 완성차 업체에 파워 시트 모터, EPB(전자 파킹 브레이크) 모터 등을 납품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테슬라 생산파트너 업체에 ‘모델3’ EPB 모터를 납품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 대표는 “기존 테슬라 모델에도 이미 계양전기 모터가 일부 장착돼 있다”며 “글로벌 업체와 거래하는 생산업체들이 기술력을 믿고 우리를 먼저 찾아와 모터 납품을 맡기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계양전기는 최근 전동공구와 자동차 전장 사업을 기반으로 ‘e-모빌리티(Mobility)’ 신사업에 관심을 쏟고 있다. e-모빌리티는 친환경 전기동력을 기반으로 근거리와 중거리 주행이 가능한 1, 2인 탑승을 위한 개인용 이동수단을 뜻한다. ‘마이크로 모빌리티’로도 불린다. 계양전기는 신사업을 위해 올해 초 모터전문 업체 ‘프레스토라이트 아시아’ 지분을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e-모빌리티 시장은 알면 알수록 매력적”이라며 “당장은 큰 이익이 나지 않겠지만 저속전기차도 결국 모터가 핵심인 만큼 시장의 기대를 뛰어넘는 제품을 곧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계양전기는 e-모빌리티 사업의 첫 번째 제품으로 전동킥보드 출시를 앞두고 있다. 내년에는 전동휠체어도 내놓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14년 11월 계양전기 대표이사로 선임된 전문 경영인인 이 대표는 “처음 대표를 맡아 경영을 해 보니 부분 최적화가 꼭 전체의 최적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란 걸 알게 됐다”며 “연구 역량이 낭비되지 않도록 목표를 확실히 세워 조직을 이끄는 게 중소·중견기업 대표로서의 가장 중요한 역할인 것 같다”고 말했다.

정민지 기자 jmj@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