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에 멍드는 내수… 주말 경보땐 카드결제 ‘뚝’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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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김모 씨(29)는 주말인 23일 여자친구와의 데이트 약속을 취소했다. 설레는 마음에 일어난 아침, 창 밖 뒷산이 뿌옇게 보일 정도로 미세먼지 농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김 씨는 “도저히 밖에 나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며 “환기를 시키고 싶어도 집밖 공기가 더 안 좋을 것 같아 하루 종일 창문도 닫아 놨다”고 말했다.

25일 삼성카드 빅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황사나 미세먼지가 발생한 주말에는 외부 활동이 줄어들면서 커피숍 식당 등에서 카드로 결제하는 평균 이용금액이 8%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커피숍의 경우 20대 남성의 평균 이용금액은 11%, 50대 여성은 13% 줄었다. 이번 분석은 지난해 3, 4월 서울에서 황사·미세먼지가 발생한 주말의 업종별 평균 이용금액과 발생하지 않았던 주말의 이용금액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커피숍을 운영 중인 이모 씨(48·여)는 “봄이면 청계천으로 나들이를 나온 가족이나 커플들이 가게를 많이 찾았는데 미세먼지가 ‘매우 나쁨’이었던 지난 토요일에는 손님이 거의 없었다”며 “평소 주말보다 매출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황사나 미세먼지는 남성보다 여성이 더 민감하게 받아들였다. 화장품 네일아트 등 미용 관련 업종에서 여성의 평균 이용금액은 황사가 발생했을 때 23% 감소했다. 온라인에서 결제한 금액은 제외한 것으로 황사나 미세먼지가 발생했을 때 남성보다 여성이 더 외출을 자제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아동복 완구 등 아동 관련 업종에서도 40대를 제외한 모든 여성의 연령대에서 30% 넘게 이용금액이 줄었다. 특히 20대 여성의 평균 이용금액은 48% 감소했다.

삼성카드 빅데이터연구소장 허재영 상무는 “아이를 키우고 있는 어머니들이 황사나 미세먼지에 특히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하지만 편의점의 경우에는 모든 연령대에서 소비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황사나 미세먼지가 발생했을 때 외출을 자제하는 건 전 세대에 걸친 현상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편의점 이용은 전 연령대에서 13∼18% 감소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60대 이상과 20대가 각각 18%, 17%로 가장 감소율이 높게 나타났다. 또 고속버스 철도 휴게소 등 교통 관련 업종에서도 50대를 제외한 전 연령대에서 평균 이용금액이 10% 넘게 줄었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황사#내수#카드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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