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Life]투자도 인공지능 시대… 금융의 알파고 ‘로보어드바이저’ 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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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AI 자산관리 시스템 속속 도입
국민·하나銀, NH투자증권 등 이어 우리銀 서비스 시작… 신한銀도 준비
시장규모 2020년 4500억 달러 전망… 국내도 수수료 내려가면 급성장 예상
전통 금융업 고용불안 위기감 높아져… 영국 국영은행 RBS 550명 줄이기로


금융권에도 인공지능(AI) ‘알파고’ 바람이 거세다. 시중은행들과 증권사들이 속속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 도입에 나서고 있는 것. 로보어드바이저는 금융공학적 알고리즘을 이용해 고객의 성향을 분석한 뒤 자산관리 방안을 제안하고 운용도 해주는 서비스다. AI 컴퓨터가 은행이나 증권사의 프라이빗뱅커(PB)처럼 투자 조언을 해준다고 해서 ‘로봇 PB’라고도 불린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14일부터 판매를 시작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가입할 때 이용할 수 있는 ‘로보어드바이저 베타 서비스’를 도입했다. 투자 목적, 투자 기간, 목표 수익률 등을 입력하면 투자 성향을 분석해 그에 맞는 최적의 포트폴리오와 추천 상품, 예상 수익률을 보여준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로그인을 하지 않고도 누구나 쉽게 체험해 볼 수 있다”며 “하반기에는 투자부터 은퇴 설계까지 전 부문의 상품 추천뿐만 아니라 자산 재분배, 사후 관리까지 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확대해 정식 서비스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신한은행도 4월 중 로보어드바이저를 탑재한 펀드 추천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앞서 KB국민은행은 올해 1월 은행권 처음으로 ‘쿼터백 R-1’을 내놨다. 쿼터백투자자문의 상장지수펀드(ETF) 투자 상품을 신탁 형태로 판매 중이며 현재 운용 규모는 20억 원 정도다. 일반 펀드의 수익률이 마이너스에 머물고 있는데도 출시 2개월 만에 2% 후반대의 수익률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유안타증권의 ‘티레이더 2.0’은 매수 또는 매도해야 할 주식이나 거래 타이밍을 자동으로 알려준다.

KEB하나은행도 3일 ‘사이버 PB’를 도입했다. 사이버 PB는 △설문지 분석 △투자목적 분석 △시뮬레이션 △모델포트폴리오 제안 △포트폴리오 제안 등 모두 5단계에 걸쳐 진행된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사이버 PB를 통해 특정 자산가들에게만 제공됐던 PB 서비스를 모든 고객에게 간편하게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이 출시한 ‘QV 로보 어카운트’도 최소 가입 금액이 250만 원으로 기존의 자산관리 서비스보다 문턱이 낮다.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로보어드바이저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로보어드바이저가 운용하는 자산(운용 규모 상위 11개 사)은 2014년 말 190억 달러로 전년보다 65.2% 증가했다. 지난해 상반기 200억 달러에 이르렀던 시장 규모는 2020년 450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에서 로보어드바이저가 급성장한 이유로는 일반 자문 서비스에 비해 수수료가 저렴해 소액 투자자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꼽힌다. 이를 통해 자산관리에 관심이 많아진 중산층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국내 자산관리 서비스의 자문료가 미국 주요 로보어드바이저 자문사 수준인 원금의 0.5% 정도로만 낮아져도 자산관리 시장의 저변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3만 원만 내면 600만 원을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산관리뿐만 아니라 대출 심사에도 이미 AI는 도입됐다. 2012년 미국 씨티은행은 고객의 거래 명세 등 각종 데이터를 종합해 대출 여부를 판단하는 작업을 글로벌 기업 IBM의 AI 시스템 ‘왓슨’에 맡겼다. 일본의 한 벤처 기업도 은행 대출용 AI 시스템을 갖춘 로봇을 개발 중이다. 이 로봇은 대출 신청자의 거래 명세 등 각종 데이터를 바탕으로 상환 가능성을 판단하고 대출 승인 여부까지 결정한다.

AI가 확대되면서 전통 금융업의 위기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영국 은행 직원들이 로봇에 일자리를 빼앗기는 경우도 발생했다. 13일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영국 최대 국영은행인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는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확대하고 창구 인력을 줄이기로 했다. 감원 예상 인원은 투자 자문역 220명과 보험상품 자문역 200명을 포함해 모두 550명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다른 대형 은행들도 이 같은 변화를 결국 따라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money&life#로보바이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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