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더 못버텨” 중소보험사 車보험료 줄인상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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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등 11월부터 4.8∼5.9%↑
보험료중 고객에 지급한 보험금 비율 대부분 90% 육박… 적정치 훌쩍 넘겨
대형업체는 아직 인상 움직임 없어

중소형 손해보험사들이 앞다퉈 자동차보험료를 인상하고 있다. 그동안 금융 당국의 눈치를 보느라 보험료를 인상하지 못했던 손보사들이 자동차보험의 적자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자 보험료 인상을 ‘감행’하고 있는 것이다. 보험료를 인상하지 못하도록 은근히 압박을 가하던 금융 당국도 중소형 보험사들의 처지를 감안해 눈감아 주고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사정이 나은 삼성화재 동부화재 현대해상 등 대형 손보사들은 보험료 인상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8일 손보업계에 따르면 최근 4개 보험사가 신규 보험 가입 고객들에 대해 개인용, 업무용 자동차보험료를 올렸거나 인상하기로 발표했다. 한화손해보험은 다음 달 11일 개인용 차량 보험료를 4.8% 인상하기로 했다. 흥국화재는 11월부터 개인용 보험료를 5.9%를 올리기로 했고, 메리츠화재도 올해 안에 보험료를 인상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7월 악사손해보험이 개인용 보험료를 5.4% 올린 뒤 중소형사들이 비슷한 수준으로 보험료 인상에 동참하고 있다.

이처럼 손보사들이 자동차보험료 인상에 나서고 있는 것은 자동차보험의 손해율(보험료 수입 대비 보험금 지출 비율)이 높아지면서 만성적인 영업적자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2012년 75.2%에서 2013년 78.2%, 지난해 80.1%로 계속 오르는 추세다. 올해 8월 손해율은 업계 1위인 삼성화재(81.0%)를 빼고 대부분 90%에 육박했다. 손해율이 오른다는 것은 보험료로 거둬들인 돈이 보험금으로 많이 나가면서 수익성이 악화된다는 뜻이다. 손보사들이 자동차보험의 영업 수지를 맞출 수 있는 적정 손해율은 77%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수준을 넘어서면 적자를 본다는 의미다.

중소형 손보사들이 자동차보험료를 올리고 있지만 대형사들은 금융 당국의 눈치를 보느라 쉽사리 보험료를 올리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중소형사와 달리 자동차보험시장의 75%를 차지하는 빅4(삼성화재·동부화재·현대해상·KB손보)는 상반기(1∼6월) 실적도 개선됐고 상대적으로 손해율이 낮기 때문에 보험료를 올리려는 움직임은 없다”라고 말했다.

한편 보험료을 올린 중소형사들은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대형사에 고객을 빼앗길까 봐 불안한 기색이 역력하다. 이 때문에 이들 업체는 사고율이 낮은 우량 고객에게 혜택을 줘 이탈을 방지하면서 손해율도 낮추려 하고 있다.

한화손보는 보험료를 올리는 대신 마일리지 특약 할인율을 최대 30%까지로 대폭 확대했다. 한화손보 관계자는 “대형사들보다 경쟁력 있는 마일리지 특약을 제공해 우량 고객을 확보할 계획”이라며 “1만 km 이하 주행 운전자에게는 업계 최고 수준의 할인 혜택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흥국화재와 메리츠화재, 악사손보는 안전 운전자들의 보험료를 깎아 주는 ‘운전 습관 연계보험(UBI·Usage Base Insurance)’을 도입하기로 했다. UBI는 주행거리, 이동 장소, 급가속·감속·회전 등 가입자의 운전 관련 정보를 취합해 보험료를 산출하는 상품이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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