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단녀 디자이너 18명 의기투합 “엄마의 정성 담아서 만들었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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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유아용 의류-침구용품 파는 ‘기저귀방뎅이’

기저귀방뎅이 소속 디자이너인 이화진 씨(왼쪽)와 김보민 씨(가운데)가 각각 자신의 아이를 안고 포즈를 취했다. ‘경력단절여성’ 
디자이너를 모아 기저귀방뎅이를 설립한 양경인 대표(오른쪽)는 “재능과 열정이 많은 엄마들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품질 좋은 
제품도 선보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기저귀방뎅이 소속 디자이너인 이화진 씨(왼쪽)와 김보민 씨(가운데)가 각각 자신의 아이를 안고 포즈를 취했다. ‘경력단절여성’ 디자이너를 모아 기저귀방뎅이를 설립한 양경인 대표(오른쪽)는 “재능과 열정이 많은 엄마들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품질 좋은 제품도 선보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영유아 의류와 침구용품 등을 파는 ‘기저귀방뎅이’(서울 서초구 서래로) 매장. 지난달 27일 이곳을 찾은 기자는 엄마 손을 잡고 들어오는 아이들의 예사롭지 않은 옷차림에 깜짝 놀랐다.

머리에 고깔 모양의 빨간 뜨개질 모자를 쓴 정로아 양(2)과 고운 핑크색 코트를 입은 김민서 양(3)의 모습은 바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심플하면서도 멋스러운 디자인에 감탄해 “어디서 사주셨어요?”란 물음이 절로 나왔다. 로아의 엄마 김보민 씨(31), 민서의 엄마 이화진 씨(35)가 한목소리로 대답했다.

“전부 저희가 직접 만든 거예요. 지금 입고 있는 원피스도 모두 직접 만들어서 입혔어요.”

기저귀방뎅이는 김 씨와 이 씨 같은 주부 디자이너들을 주축으로 운영되는 곳이다. 사업 아이디어를 낸 양경인 대표(31)가 주부 디자이너들을 모아 2013년부터 사업을 시작했다. 홈페이지와 오프라인 매장은 개인 사업자인 주부 디자이너들이 직접 만든 제품을 판매하는 편집숍 역할을 한다. 디자이너 대부분은 결혼하기 전 직장을 다니다 육아 때문에 일을 관둔 사람, 이른바 ‘경력단절여성(경단녀)’ 출신이다. 엄마들은 직접 아이 옷 등을 만들어 판매하며 제2의 경력을 쌓고 있다.

기저귀방뎅이 홈페이지는 2013년 7월 개설됐다. 지난해 6월에는 오프라인 매장이 문을 열었다. 상품들은 입소문을 타고 날이 갈수록 인기다. 7명이던 소속 디자이너는 현재 18명으로 늘었다. 지난해 11, 12월에는 현대백화점 목동점에 임시 매장을 연 데 이어 올해 1월 31일부터 3월 1일까지는 대구점에서도 매장을 운영했다.

빠른 성장 비결은 엄마의 마음으로 제품을 만들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이 씨는 “아이는 빨리 크는데 품질이 괜찮은 아이 옷은 너무 비싸요. 저렴한 옷은 소재나 제조 공정 등을 알고 나면 내 아이에게 쉽게 입히지 못하죠”라고 말했다. 기저귀방뎅이의 대표 히트 상품 중 하나인 낮잠용 매트를 만든 이유림 씨(38)는 제품의 인기 비결에 대해 “기존의 낮잠 매트는 너무 얇아서 아이들 등이 금방 아파요. 저는 매트 두께를 두껍게 하면서도 휴대하기 편하도록 4단으로 접어 어깨에 멜 수 있도록 했죠”라고 설명했다.

기저귀방뎅이의 디자이너 대부분은 집에서 일하며 아이를 키운다. 수입은 예전 직장에 미치지 못하지만 그들이 현재의 삶에 만족할 수 있는 이유다. 직장에 다니던 예전에는 그렇지 못했다. 김 씨는 “주변 사람들은 지나가는 말로 ‘애는 엄마가 키워야지’라고 얘기하죠. 얼마나 상처 주는 말인지도 모르면서…”라고 말했다.

기저귀방뎅이의 주부 디자이너들은 “내 딸은 자신이 원한다면 결혼을 안 해도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만큼 한국 여성에게 출산과 육아는 여전히 부담스럽다. 그들이 자신의 딸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모습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포기하지 않는 엄마’다. 그들은 바란다. 우리 딸들이 성인이 될 때쯤이면 ‘꿈을 포기하지 않는 엄마’가 되는 게 좀 더 쉬워지기를.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경단녀#디자이너#기저귀방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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