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역발상 경영… 성공의 비결은 이노베이션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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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제품과 서비스로 승부하는 작은 거인들
글로벌시장 승승장구… 공통점은 ‘역발상’과 ‘혁신’

부산에 있는 토종 신발업체 (주)에이로는 불황에 웃는 강소기업이다. 1990년 부도난 회사를 인수해 설립한 이 기업은 현재 연매출 100억 원에 육박하는 부산 신발업계의 선두주자로 성장했다.

(주)에이로의 승부수는 ‘역발상 경영’과 ‘혁신’이다. 중국에서 소비되는 물량을 한국에서 생산해 수출하고 있다. 싼 임금과 시장을 좇아 기업 생산라인을 해외로 이전하는 일반적인 제조업체와 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100% 한국에서 생산해 중국 시장에선 가격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지만 백화점 등 고가 시장을 공략하는 데 확실히 성공했다. 생산원가는 더 들더라도 기존 제품에 혁신적인 가치를 부여하면 경쟁력이 전혀 다른 제품이 나온다는 믿음이 주효했다. ‘자원’은 없지만 ‘인재’가 있는 한국을 글로벌 공략의 전초기지로 삼은 것이다.

지금까지 많은 제조사들은 고비용을 해결하기 위해 인건비가 비교적 싼 해외로 생산기지를 이전해왔다. 하지만 중국이나 인도, 베트남 등 신흥국은 임금은 낮지만 인프라가 열악하고 숙련공이 드물다는 취약점을 갖고 있다.

(주)에이로는 생산기지를 해외로 옮기는 대신 최첨단 장비를 과감하게 도입해 생산혁신을 꾀하는 방법을 택했다. 이 회사는 최근 부산 사상구 덕포동에 지상 5층, 연면적 6000여 m²에 달하는 현대식 사옥을 신축했다. 국내 최고 수준의 첨단 신발생산설비를 구축한 이 공장은 시설장비에만 무려 100억 원이 투입됐다.

생산기지를 해외로 옮기는 ‘오프쇼어링(off-shoring)’을 지양하고 ‘한국형’ 제품과 서비스로 승부하는 기업은 또 있다. 경기 화성에 위치한 (주)리플로맥스다. 이 회사는 국내에서 ‘반사소재’ 시장을 개척한 대표 브랜드로 통한다. 반사소재는 밤에도 잘 보이기 때문에 교통사고 방지를 위한 도로표지나 간판, 광고소재 등에 두루 사용되는 소재.

(주)리플로맥스의 제품들은 100% 국내에서 제조된다.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할 수도 있었지만, 품질유지를 위해 ‘메이드 인 코리아’를 고집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직접 국내에서 제조한 제품과 노하우를 글로벌로 뻗어나가는 시금석으로 삼고 있다.

이들 기업은 제품이나 기술력뿐만 아니라 우리 문화까지 세계로 전파하며 ‘경영 대사’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각 분야에서 ‘한류’를 이끄는 강철같이 강한 중소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장기 불황 속에서도 한국형 경영 모델을 해외에 전파하는 기업들은 어떤 성공 방정식을 가지고 있는 걸까. 공통점은 ‘역발상’에 있다.

물류기기 전문기업 (주)골드라인은 대기업도 등짐을 지고 물건을 옮기던 시절 발상의 전환으로 지금의 파렛트(물건을 트럭이나 컨테이너 등에 옮길 때 사용하는 용기) 시대를 개막했고, (주)세림화이버는 가발은 꼭 인모로 만들어야 한다는 편견을 깨고 합성섬유 소재의 가발용 원사를 만들어 해외에 전량 수출하고 있다.

또 하나의 공통점은 연구개발(R&D)에 인색하지 않고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해외시장에서 ‘작은 거인(Small Giants)’으로 거듭나고 있다는 것이다.

알칼리 이온수기 해외 마케팅으로 수출비중이 80%를 차지하는 (주)이오스하이텍, 국내 최초로 육가공 식자재 분야에서 ‘할랄(HALAL)’ 인증을 확보하며 이슬람 시장 선점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인탑코리아(주)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 밖에 해외 60개국에 의료기를 수출하는 (주)청우메디칼과 자체 제작한 휴대전화 케이스를 90% 이상 수출하는 (주)필코인터내셔날도 빼놓을 수 없는 수출역군이다. 또 1973년 부산에서 설립된 40년 주물기업 한황산업(주)과 국내 최초로 전투식량을 민수용 레토르트 식품으로 개발한 (주)참맛도 주목받는 작은 거인들이다. 이들 기업은 늘 실무자와 오너가 끊임없이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발상의 가치를 공유하고 혁신을 이뤄낸다. 바로 이런 참신함이 마켓리더를 만들었고, 수출 길을 열었다고 볼 수 있다. 글로벌 기업을 꿈꾸는 국내 중소기업에 시사점을 주는 부분이다.

최윤호 기자 uk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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