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車부품사들 “한국 시장만으론 만족 못해”

  • 동아일보

기술력-자신감으로 수출 확대… 2013년 260억달러 벌어들여

독일 A사 관계자는 이달에 비공식적으로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약 30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린 독일 내 10위권 자동차부품 전문기업이다. 한국을 찾는 이유는 자사(自社)에서 만드는 파워트레인 등에 들어가는 부품을 납품할 수 있는 업체를 찾기 위해서다. A사 구매담당 임원은 “한국 업체들의 기술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 “끊임없이 해외 수출 길 개척”

지난해 한국산 자동차부품 수출액은 전년보다 6% 증가한 260억 달러. 사상 최대다. 현대·기아자동차 등 국내 완성차업체들의 해외 생산거점 수출 확대가 주된 요인이지만 글로벌 완성차업체나 부품업체에 직접 수출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충남 보령시에 있는 에스앤에스아이앤씨는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해외 수출을 시작했다. 트랜스미션 엔진 부품, 베어링 등을 생산해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일본 닛산, 도요타 1차 협력업체에 납품하고 있다. 이영석 에스앤에스아이앤씨 차장은 “국내 완성차업체만 바라보며 좁은 내수 시장에 안주할 순 없다는 생각으로 끊임없이 수출 길을 찾은 결과”라고 말했다.

경남 김해시에 있는 영신화공은 웨더스트립 전문 생산업체다. 웨더스트립은 자동차 문 테두리에 설치해 소음이나 먼지, 누수를 막는 고무 부품이다. 10여 년 전부터 조금씩 수출 물량을 늘린 결과 현재 매출의 65%는 수출을 통해 거둔다. 혼다, 도요타는 물론이고 GM, 폴크스바겐 차량에도 이 회사의 웨더스트립이 들어간다. 강동필 영신화공 부장은 “과거 일본 기업과의 제휴를 통해 얻은 기술력과 원료인 고무를 자체적으로 가공하는 기술을 갖춘 덕분에 까다로운 일본 업체들을 공략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국 완성차업체의 생산 거점이 없는 국가로의 자동차부품 수출 물량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멕시코, 아랍에미리트(UAE), 독일로 수출하는 자동차부품은 각각 전년보다 8.3%와 19.1%, 22.1% 증가했다. 지난해 전체 자동차부품 수출 증가율(6%)을 웃돈다.

○ 글로벌 업체의 전략 변화에 정부 지원도 도움

2011년 3월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은 일본 완성차업체들이 전략을 전면 수정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일본 내 부품업체들의 사업장이 피해를 보자 필요한 때에 필요한 부품을 적절히 조달해 비용 절감과 효율 증가를 꾀하는 ‘린 방식’ 대신에 부품 수급업체를 국내외로 다양화하는 방식이 주목 받기 시작한 것이다.

일본 마쓰다는 2012년 2월 해외 생산과 해외 부품 조달 확대 방침을 내놓으면서 한국 부품 조달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혼다도 지난해부터 한국산 부품 납품을 받는 등 새로운 글로벌 조달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그 결과 한국산 자동차부품의 대(對)일본 수출액은 2010년 5억6800만 달러에서 지난해 8억200만 달러로 증가했다.

정부 및 공공기관의 노력과 한국 완성차업체들의 점유율 확대도 국내 부품업체들의 수출 증가에 도움을 주고 있다. KOTRA는 미국 디트로이트, 독일 프랑크푸르트, 일본 나고야 등에 자동차부품 공동사무소(KAPP)를 마련해 국내 부품업체들의 현지 마케팅 등을 지원하고 있다. 김승욱 KOTRA FTA사업팀장은 “한국 자동차 브랜드의 해외 시장 점유율이 점차 높아지면서 한국산 부품 품질이나 이미지도 덩달아 상승하는 효과를 얻고 있다”며 “유럽이나 일본 업체들이 해외에 완성차업체와 동반 진출한 중소기업으로부터 납품받기 위해 문의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자동차 부품 수출#에스앤에스아이앤씨#영신화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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