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신모 씨(31)는 2월 14일 밸런타인데이를 앞두고 들떠 있다. 그의 여자친구가 밸런타인데이 때 호텔에서 식사를 한 후 하룻밤을 묵을 수 있는 패키지 상품을 예약했다고 귀띔을 해줬기 때문이다. 이 호텔은 서울에서 야경이 멋지기로 이름난 곳. 신 씨는 “작년 밸런타인데이 때는 식사만 하고 헤어졌지만, 올해는 다음 날이 토요일이라 부담 없이 놀 수 있을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올해 밸런타인데이는 금요일이다. 연인들이 사랑을 나누는 밸런타인데이와 ‘불금(불타는 금요일)’이 겹쳤다. 밸런타인데이가 금요일인 것은 2003년 이후 11년 만이다. 금요일 저녁과 밤을 뜨겁게 즐기는 ‘불금 문화’는 주5일근무제 이후 활성화됐다. 주5일제는 2004년 이후 정착된 제도이다 보니 이번 밸런타인데이는 결국 사실상 최초의 ‘불금 밸런타인데이’인 셈이다.
불금 밸런타인데이로 인한 특수를 가장 많이 기대하는 곳은 호텔 업계다. 올해와 비교할 만한 시기는 밸런타인데이가 토요일이었던 2009년. 당시 웨스틴조선호텔의 객실 점유율은 무려 95%에 달했다. 이듬해인 2010년에는 밸런타인데이가 일요일이었는데 객실 점유율이 37%로 크게 떨어졌다.
인터컨티넨탈호텔에 따르면 10일 현재 밸런타인데이 당일의 숙박 예약률은 80%를 넘어섰다. 최종 객실 점유율은 90% 초반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호텔 측은 “객실 점유율이 1월 중 금요일 평균인 75%보다 15%포인트 이상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반적인 호텔 업계 경기가 안 좋은 걸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밸런타인데이 특수는 내국인 투숙객 비율에서도 나타난다. 인터컨티넨탈호텔의 경우 2009년 2월 14일의 내국인 비율은 35%였다. 이 호텔의 평균 내국인 비율은 20%를 넘지 않는다. 휴일과 겹친 밸런타인데이 때 호텔을 찾는 국내 손님들이 많았던 셈이다.
호텔들은 금요일뿐만 아니라 다음 날인 토요일(15일)까지도 밸런타인데이 특수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라호텔은 이번 토요일의 객실 점유율이 2009년 밸런타인데이 수준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각 호텔은 연인들을 위한 패키지 상품뿐만 아니라 불금이 아쉬운 솔로들을 위한 파티 패키지까지 마련하며 특수 잡기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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