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래 계좌 바꾸면 카드-공과금 이체도 자동이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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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2016년 계좌이동제 도입

올해 초 회사를 옮긴 이성헌 씨(35)는 월급통장을 바꾸면서 큰 불편을 겪었다. 이직한 회사의 주거래 은행으로 급여 계좌를 옮기면서 통신비, 보험료, 아파트 관리비 등 10여 건의 자동이체 정보를 바꾸기 위해 일일이 전화를 돌려야 했다. 이 씨는 “신용카드 자동이체 변경을 깜빡해 연체 독촉까지 받았다”며 “은행 계좌를 갈아타는 일이 번거로워 웬만하면 바꾸지 않는다”고 말했다.

2016년부터 다른 은행으로 주거래 계좌를 바꾸면 기존 계좌에 딸린 신용카드 결제, 공과금 등의 급여 이체가 자동으로 이전된다. 쓰던 번호를 바꾸지 않고 휴대전화 가입 회사를 바꾸는 것처럼 은행 계좌를 쉽게 갈아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27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금융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규제를 풀어 금융회사 간의 경쟁과 해외 진출을 촉진하고 퇴직연금과 같은 유망 시장을 키워 금융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부가가치 비중)을 현재 7%에서 10년 내에 10%로 끌어올린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새로운 시장을 찾아 나서는 금융회사에는 ‘무한한 기회’를 열어주고 그렇지 않은 회사들은 ‘경쟁의 압력’을 통해 움직이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6년부터 기존 계좌의 급여 이체 등을 자동으로 이전하는 은행 계좌이동제가 도입되면 소비자의 선택권이 넓어지고 은행 간 무한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장민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계좌이동제가 도입되면 은행들이 고객 확보를 위해 예금 금리는 높이고 수수료는 낮추는 경쟁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부터 치매보험금이나 사망보험금 대신 치매 간병이나 장례 서비스와 같은 현물 서비스를 보장해주는 이른바 ‘종신건강종합보험’ 상품도 허용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자식이나 다른 사람이 보험금을 챙기고 노인을 방치하는 일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민들을 위해 사망보장이 추가된 재형저축보험도 나온다. 공과금 납부나 복지 정보 등을 반영해 신용등급 7등급 이하 저(低)신용자의 신용평가를 정교하게 하는 ‘서민 대상 신용평가제도’도 도입된다.   

호주처럼 연금을 활성화해 금융산업을 키우는 방안도 담겼다. 개인연금은 10년 이상 가입하면 수수료를 10% 할인해주고 퇴직연금은 5000만 원까지 예금자 보호 한도(다른 금융상품과 별도)를 확대하기로 했다. 주택연금 대상도 일시적 다주택자나 오피스텔로 확대하기로 했다. 또 국내 은행이 해외에 진출할 때 해외 금융지주회사를 인수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해외에서 영업할 때는 현지 법령에 맞춰 국내 규제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신한금융지주-신한은행-해외 지주사-해외 은행’식의 중간 지주사 설립이 가능해지고, 국내 은행의 홍콩지점이 현지 규정에 따라 주식, 채권도 취급할 수 있다.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 사모펀드가 당국의 심사를 받기 전에 펀드 설정이나 영업이 가능해지도록 했다. 우량 기업의 증시 상장을 촉진하기 위한 상장심사 기간을 현재 45영업일에서 20영업일로 단축하는 ‘신속상장제도’도 도입된다.

금융업계는 이번 대책이 손에 잡히는 ‘손톱 밑 규제’의 빗장을 풀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하지만 금융지주회사의 해외 자회사 지분 의무보유비율 완화, 종합연금포털 구축, 보험사 해외 환자 유치 허용처럼 ‘재탕 정책’이 적지 않은 데다 금융회사의 수익성이 악화되는 저성장 국면을 돌파할 구체적 비전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박용 parky@donga.com·이상훈 기자
#주거래 계좌#카드#공과금 이체#계좌이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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