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망증이 심한 사람들의 친구’ 역할을 하는 인기 스마트폰 앱 ‘에버노트’ 사용자가 세계적으로 5000만 명을 넘어섰다. 필 리빈 에버노트 CEO는 “에버노트는 당신이 뭘 기억해야 할지 떠올리기도 전에 기억하려던 정보를 찾아주는 인공지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에버노트 제공
미국 캘리포니아 주 레드우드 시에 있는 직원 300명의 작은 회사 에버노트의 보안팀은 2일(현지 시간) 시스템 정기점검 도중 이틀 전 해커가 침입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사용자의 e메일과 비밀번호에 해커가 접근한 것이다. 접근이 정보 유출을 뜻하는 것도 아니고, 비밀번호도 암호화돼 있었지만 에버노트는 곧바로 모든 사용자에게 비밀번호를 강제로 바꾸도록 했다.
별일 아닌데 비밀번호를 바꿔야 했던 세계 5000만 명의 에버노트 사용자들은 불만을 터뜨렸다. 하지만 해킹 사고 소식을 알린 에버노트 블로그에는 이내 ‘이게 가장 안전한 방법’, ‘불편하지만 잘한 행동’이란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작은 해킹 사고는 쉬쉬하고 넘어가는 데 익숙해진 많은 기업들과 달리 에버노트는 비판을 감수하고 적극적으로 알려 결과적으로 신뢰를 받은 것이다.
○ 하루 평균 10만 명씩 사용자 증가
에버노트의 사용자는 최근 하루 평균 10만 명씩 늘어난다. 덕분에 2008년 6월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지난달 가입자 5000만 명을 넘어섰다. 에버노트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메모를 적는 단순한 메모장 앱(응용프로그램)이다. 하지만 문자만이 아니라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은 사진, 스마트폰 마이크로 녹음한 음성, 스마트폰 화면에 쓴 손 글씨 등으로도 메모를 만들 수 있다.
이 때문에 한번 에버노트를 쓴 사람들은 “에버노트는 내 두 번째 두뇌”라고 칭찬하며 팬이 되곤 한다. 사용자들이 출간한 에버노트 사용법 책만 한국에서 3권이다. 한국은 에버노트 사용률 세계 5위 국가다. 영어(15권)와 일본어(11권) 도서는 훨씬 많다.
이 서비스를 만든 필 리빈 에버노트 최고경영자(CEO)는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에버노트는 인공지능이 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세상에선 엄청난 양의 정보가 날마다 쏟아져 들어온다”며 “이 정보를 사람들이 다 정리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봐야 하는 것을 자동으로 보여주는 방법’을 에버노트가 만들어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 인공지능 기억장치
리빈 CEO는 “최근 선보인 서비스가 이런 인공지능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기능을 개선한 ‘에버노트 헬로’와 ‘에버노트 푸드’ 앱 얘기다. 에버노트 헬로는 만난 사람의 이름, 연락처 등을 저장하고, 에버노트 푸드는 멋진 식당에서 식사할 때 음식 사진을 찍어두는 앱이다.
서로 관계없어 보이지만 에버노트는 이런 앱들을 유기적으로 연결시켰다. 예를 들어 헬로로 명함 사진을 찍고, 푸드로 음식 사진을 찍은 시간과 장소가 비슷하다면 “지난 금요일 점심 때 함께 김치찌개를 먹은 사람의 전화번호가 뭐더라?”라는 질문에 에버노트가 자동으로 답해주는 것이다.
리빈 CEO는 “우리는 빅데이터를 다루지만 빅데이터 회사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빅데이터 회사는 사용자의 정보를 마케팅이나 시장 예측 등에 활용하는데 에버노트는 사용자 정보를 저장만 해주지 들여다보지도, 분석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정직하게 행동하고 소비자에게 좋은 경험을 준다면 돈은 따라오게 마련”이라고 했다. 이 회사는 사용량이 많은 소수의 사용자(약 5%)에게 자발적으로 월 5달러(약 5500원)의 사용료를 받는데 이 수입만으로 흑자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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