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창사 이래 첫 팀장급 925명 전원 소집

  • 동아일보

“이번 경제위기, 과거와 다르다”… 이인원 부회장, 분발 촉구

“롯데에는 지금까지 수많은 위기가 있었고 그때마다 잘 대응해 위기를 기회로 바꿔 왔지만 이번은 다르다.”

이인원 롯데쇼핑 부회장(정책본부장·사진)은 17일 서울 광진구 능동로 세종대 캠퍼스에서 열린 ‘2012 팀장 콘퍼런스’에서 “이번 경제위기는 과거와 성격이 다르고 강도도 훨씬 높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부회장을 비롯해 김치현 그룹 운영실장(부사장), 황각규 국제실장(사장), 채정병 지원실장(사장), 윤종민 인사팀장(전무) 등 그룹 수뇌부가 총출동한 이날 콘퍼런스에는 롯데쇼핑 호남석유화학 등 그룹 전 계열사의 팀장급(부장 또는 차장) 간부 925명 전원이 참석했다. 롯데가 그룹 전 계열사의 중간관리자를 한자리에 모은 것은 창사 이후 처음이다.

이 부회장은 “이러한 시기에는 현장 사령관인 팀장의 분발이 요구된다”며 “재계 5위라는 기업 순위에 걸맞은 팀장 능력을 갖고 있는지 자문(自問)해 보라”고 강조했다. 또 “시키는 일을 할 것이 아니라 해야 할 일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며 “팀장은 함께 근무하는 직원의 인생에 개입하고 책임지는 자리이므로 전략적 통찰력과 리더십에 대해 고민하고 공부하라”고 주문했다.

사장단이나 임원이 아닌 팀장급 간부를 소집해 이런 행사를 가진 것은 롯데의 주력 업종 및 경영철학과 관계가 있다. 제조업 위주의 그룹은 연구개발(R&D)을 중시하지만 롯데는 유통과 금융이 주력이어서 한두 사람의 천재보다는 고객과의 접점에 있는 현장 팀장을 중요하게 여긴다.

롯데가 지난해부터 차·부장급 직원을 매주 토요일 소집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네트워킹, 성과 관리, 혁신, 인재 육성 등의 주제로 10주간 강도 높은 교육을 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교육이 끝난 뒤에는 시험을 치러 성적 하위 20%는 불합격 처리하고 2회 연속 탈락한 이들에게는 팀장 보직을 주지 않고 있다.

전 계열사가 시험을 치르기 때문에 계열사 사장들도 자신이 속한 회사 직원이 탈락할까봐 꽤 신경을 쓸 정도다. 롯데 계열사의 한 팀장은 “사내에서 ‘롯데는 회사가 아니라 학교’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며 “하지만 다른 계열사 팀장과 함께 공부하며 쌓은 네트워크는 현업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롯데그룹#이인원 부회장#팀장 콘퍼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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