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건축학개론’ 성공 뒤엔 노스탤지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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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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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탤지어를 자극하면 사람들의 정서적 유대감과 심리적 안정감을 유발해 친사회적 행동을 촉발한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발표됐다. 사진은 고객들의 노스탤지어를 자극해 주목 받은 영화 ‘건축학개론’의 한 장면. 수지(왼쪽)와 이제훈이 주인공으로 출연했다. 동아일보 DB
노스탤지어를 자극하면 사람들의 정서적 유대감과 심리적 안정감을 유발해 친사회적 행동을 촉발한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발표됐다. 사진은 고객들의 노스탤지어를 자극해 주목 받은 영화 ‘건축학개론’의 한 장면. 수지(왼쪽)와 이제훈이 주인공으로 출연했다. 동아일보 DB
얼마 전 인기를 끌었던 영화 ‘건축학개론’을 본 30, 40대 관객들은 지나간 첫사랑과 학창시절에 대한 그리움을 느꼈을 것이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아름다운 과거가 있다. 이렇게 옛 시절 가족, 친구, 지인들과 함께했던 소중한 순간들을 떠올릴 때 느끼는 감상적 그리움을 노스탤지어(nostalgia)라고 말한다. 이는 한국말에서 고향을 그리워한다는 의미의 ‘향수’, 지나간 일을 떠올린다는 ‘추억’과도 비슷한 개념이다. 이런 노스탤지어를 적절히 자극하면 사회적 유대감을 높이고 기부나 자원봉사 같은 친사회적 행위를 유도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발표됐다. 이 연구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정서적 지원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마케터들에게 유용한 교훈을 준다. DBR 113호(9월 15일자)에 실린 최신 연구 결과의 주요 내용과 의미를 요약한다.

○ 영화 관람 후 자선단체에 기부를 요청한다면

중국 광저우 중산대와 영국 사우샘프턴대 연구팀은 중국에 있는 중국인과 외국인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먼저 한 무리의 대학생들에게 조사의 목적을 알려주지 않은 채 ‘지나온 인생에서 노스탤지어를 강하게 느꼈던 순간을 떠올려 보라’고 주문했다. 몇 분이 지난 후 이들에게 조사와는 별개로 중국 쓰촨 성 대지진으로 인해 고아가 된 아이들을 돕는 자선단체를 소개하고 자원봉사를 하거나 기부금을 낼 의사가 있는지, 그렇다면 얼마나 할 것인지를 물어보았다. 다른 무리의 대학생들에게는 노스탤지어가 아닌 평범한 일상을 떠올리라고 주문한 후 역시 고아를 돕겠느냐는 물음을 던졌다.

실험 결과, 노스탤지어의 기억을 떠올렸던 참가자들이 일상의 기억을 떠올렸던 참가자들보다 더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 고아들을 돕겠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실험장을 나가는 문 옆에 기부함을 설치했는데 노스탤지어 자극에 노출된 집단(평균 5.96위안)이 그렇지 않은 집단(평균 5.07위안)에 비해 더 많은 기부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를 ‘공감’의 효과라 분석했다. 노스탤지어 자극을 받으면 타인에 대한 공감과 감정이입이 강해져 사회적 약자에 대한 연민, 동정심에 의해 기부 의향이 높아진다. 즉, ‘건축학개론’ 같은 영화를 본 관객들은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이 높아지므로 관람 후 자선단체에 기부를 요청할 경우 응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해석할 수 있다.

○ 힐링 마케팅에 활용하라

일반 기업이 소비자에게 마케팅을 할 때 ‘힐링 마케팅(healing marketing·소비자를 위로하는 마케팅)’ 차원에서 노스탤지어를 이용해 볼 수 있다. 현대의 소비자는 정신적 결핍과 외로움을 느끼기 쉽다. 이런 고객들에게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프로야구, 리메이크 음악, 소설, 만화, 영화, 게임, 패션, 음식 등과 같은 노스탤지어 자극을 주면 혼자가 아니라 타인들과 연결되어 있고 생각과 감정을 공유하고 있다는 뿌듯함을 줄 수 있다. 더 나아가 이들에게 자신감까지 불러일으킬 수 있다. 상품 판매 혹은 이벤트 프로모션을 기획할 때 이러한 노스탤지어 소재와 스토리를 활용하면 소비자들의 호감도를 높일 수 있다. 매장에서도 아름다운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음악을 들려주면 고객들의 긴장과 불안감이 완화될 수 있다.

또 기업 내부 직원을 위한 힐링 마케팅 차원에서도 노스탤지어가 유용하다. 기업 홍보나 광고물, 내부 인테리어 등에 옛 영광과 땀방울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을 넣는다면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의미 전달 외에도 조직원들의 공감과 유대감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이는 동료 간, 노사 간 협력을 키우고 내부소통을 보다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 ‘대한민국 노스탤지어’를 만들라

최근 우리 사회는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 개인주의 확산 등으로 인해 타인에 대한 배려와 이해가 줄어들고 반사회적 장애, 자살, 흉악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 이럴 때 국가적 차원에서 모든 국민이 즐거워할 수 있는 이벤트를 회상시키는 형태로 ‘대한민국 노스탤지어’의 소재와 스토리를 만든다면 사회적 연결감을 높이고 국민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2002년 월드컵 신화, 올림픽에서의 명승부, 월드스타 배출과 같은 스포츠 이벤트, 국민적 관심을 이끌어냈던 가요, 드라마, 영화 같은 문화예술 이벤트 등이 좋은 예다.

아울러 노스탤지어 자극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과 지원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공익단체나 정부, 공공기관에서 기부 행사와 같은 사회공익 마케팅을 할 때 노스탤지어를 활용하면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

노스탤지어는 사람들의 행동을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다. 노스탤지어는 개인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면서 조직과 사회의 조화도 동시에 일궈낸다는 측면에서 일석이조의 유용한 마케팅 소재다.

여준상 동국대 경영대학 교수  
정리=조진서 기자 cjs@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113호(2012년 9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DBR 웹사이트 www.dongabiz.com, 구독 문의 02-2020-0570

무엇이 우리를 행복하게 하나

▼ Harvard Business Review


‘유명 영화배우와의 하룻밤 요트 여행이라는 ‘강렬한 경험’과, 매일 부인에게 키스를 하는 ‘사소한 일상’ 중 인간을 더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건 뭘까? 대개 사람들은 무엇이 우리를 행복하게 해줄지를 생각할 때 영화배우와의 데이트 같은 강렬한 사건을 연상하곤 한다. 하지만 연구 결과 ‘얼마나 행복한’ 경험을 하느냐보다는 행복한 경험을 ‘얼마나 많이’ 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즉, 매일 조금 기쁜 일을 수십 번 경험하는 사람은 매우 기쁜 일을 한 번 경험하는 사람보다 행복할 가능성이 높다. 인간은 언제 행복하다고 느끼는지, 행복한 사람들의 특성은 무엇인지, 지금보다 더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미국의 저명한 심리학자인 대니얼 길버트가 이야기한다.


스마트시대 ‘촉매 프로세스’

▼ Innovation in Smart Economy


흔히 기업에서 많은 사람이 아이디어가 번뜩이는 통찰의 순간을 찾는 게 어렵다고 한다. 브레인스토밍이나 아이디어 워크숍을 진행해도 별 소용이 없다고도 한다. 이유가 뭘까. 브레인스토밍 이전에 감각적인 체험, 이에 뒤따르는 감정의 공유 및 전체 맥락에 대한 감성적 이해가 선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엔진의 자동차가 있다고 해도 연료를 충분히 공급받지 못한다면 질주할 수 없다. 괜히 아이디어가 없다고 불평하기보다는 감각-감정-감성의 단계를 거쳐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창출해내는 여유가 필요하다. 스마트 시대의 혁신을 이끌 수 있는 ‘촉매 프로세스(Catalyst Process)’에 대해 소개한다.
#건축학개론#노스탤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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