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중? 베팅중!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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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들 사이 스마트폰 통한 불법 스포츠도박 확산

스마트폰으로 접속한 불법 모바일 스포츠 베팅 사이트의 첫 화면. 단속을 피하기 위해 의류 쇼핑몰인 것처럼 위장돼 있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스마트폰으로 접속한 불법 모바일 스포츠 베팅 사이트의 첫 화면. 단속을 피하기 위해 의류 쇼핑몰인 것처럼 위장돼 있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대학생 송영우(가명·23) 씨는 수업시간 내내 고개를 숙이고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다 교수로부터 “카톡(카카오톡) 좀 그만하라”는 꾸중을 들었다. 그런데 그는 카톡으로 문자메시지를 보내려던 게 아니었다. 돈을 건 미국 메이저리그 프로야구(MLB)의 결과를 확인하던 중이었다.

이미 여러 차례 지적을 받았지만 그는 스마트폰을 놓을 수가 없다. 언제 어디서든 수십만 원을 딸 수도 잃을 수도 있는 모바일 스포츠 ‘베팅’(돈 걸기)에 중독됐기 때문이다. 송 씨는 “재미로 시작했는데 자꾸 돈을 잃으니 오기가 생겼다”며 “그만두겠다고 마음먹어도 스마트폰을 들면 습관처럼 전용 사이트를 찾게 된다”고 털어놓았다.

스마트폰 시대를 맞아 모바일 스포츠 베팅에 빠진 학생들이 대학가를 중심으로 급속히 늘고 있다.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손쉽게 돈을 걸고 결과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생 김모 씨(25)는 “한 친구는 얼마 전 한 판에 200만 원을 날렸다”고 전했다.

송 씨가 가입한 사이트는 불법이다. 그러나 단속이 어렵다. 운영진은 2, 3개월에 한 번씩 사이트를 옮기고 입출금 계좌도 바꾼다. 사이트의 첫 화면은 온라인 의류쇼핑몰 등으로 위장해 단속을 피한다. 인터넷방송이나 채팅창, e메일 등을 통해 비밀번호를 받아야만 가입할 수 있다.

불법 사이트는 합법 사이트보다 배당률이 높고 옵션도 많다. 예컨대 농구 경기에서 첫 자유투를 성공시킨 팀, 3점 슛을 처음 넣는 선수에도 돈을 걸 수 있다. 경기 종목도 국내외를 가리지 않는다.

최근 스마트폰 사용자를 위한 모바일 전용 사이트와 베팅 정보를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도 속속 생기고 있다. 일부 앱은 실시간 알림 문자도 보내준다.

직장인과 고등학생도 예외는 아니다. 서울의 한 고교 교사는 “하루 한두 명은 수업시간에 모바일 불법 베팅을 하다 적발된다”고 말했다. 장윤식 경찰대 교수는 “남들의 시선을 피해 몰래 도박을 하려는 사람들의 욕구가 스마트폰과 만나면서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서환한 인턴기자 경희대 신문방송학과 4학년  
#불법 스포츠도박#스마트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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