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 눈/김상수]CEO의 덕목, 직원 마음을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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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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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수 산업부 차장
김상수 산업부 차장
“삼겹살이 최고죠.”

며칠 전 일본 도요타자동차 한국법인인 한국토요타자동차의 나카바야시 히사오 사장과 저녁식사를 했다. 한식집에서 만난 그는 앉자마자 한국 음식 예찬론을 펼쳤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삼겹살과 부대찌개. 한국에 와서 처음 맛을 보곤 푹 빠졌단다.

나카바야시 사장은 1982년 입사 이후 30년간 도요타차에서 일했다. 가족을 일본에 두고 3년째 홀로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그는 “내 몸속의 DNA를 보면 90%는 한국인인 것 같다”고 했다. “세계 여러 나라를 가봤지만 이런 나라가 없습니다. 모든 게 스피디하고 음식문화도 정말 다양해요. 정말로 한국을 사랑합니다.”

나카바야시 사장은 술도 사랑한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술은 소주. ‘술은 음식의 꽃’이라며 껄껄 웃었다. 그는 올해 들어 직원들과의 회식 자리를 부쩍 늘렸다. 1주일에 2, 3차례 저녁을 같이한다. 메뉴는 주로 삼겹살에 소주. 일보다는 직원 개개인의 신상과 취미, 스포츠가 대화의 주제다. 한번은 술을 먹다가 탁구 얘기가 나오자 그 자리에서 직원 손을 붙잡고 탁구장으로 간 적도 있다. 지난해 말부터는 영업 현황 점검을 위해 지방 곳곳을 돌아다니며 멋있는 경치나 맛있는 음식 사진을 찍어 페이스북에서 직원들과 공유한다.

현대상선의 이석희 사장은 3월부터 거의 매일 부서 직원들과 식사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두 달 넘게 40여 팀과 회식을 가졌다. 이 사장이 이 같은 ‘소통 경영’에 나선 것은 세계적인 해운업계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전사(全社)적인 단합’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회식자리에서 이 사장은 “늘 고생이 많다. 올해는 힘내자”며 직원들의 등을 두드려준다.

일본 도요타차는 지난해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2010년 글로벌 시장에서 1위였으나 지난해 동일본 대지진, 일본 자동차부품 공급업체가 몰려 있는 태국에서의 대홍수, 엔화 강세에 따른 가격 경쟁력 약화가 겹치며 세계 4위로 추락했다. 한국토요타차 역시 한국 시장에서 판매량이 2010년 1만486대에서 지난해 9131대로 13% 감소했다. 현대상선도 유가 상승과 세계적인 선박 과잉 공급에 따른 운임 하락 등으로 지난해 3670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어떤 리더가 훌륭한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성과가 뛰어나도 직원들로부터 욕을 먹는 리더가 있고, 후배들은 좋아하지만 실적은 미미한 리더도 있다. 실력과 인간미를 함께 갖춘 리더가 되기는 그리 쉽지 않다.

훌륭한 리더가 갖춰야 할 덕목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위기에 빠진 조직을 성공적으로 이끈 리더를 보면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직원들의 마음을 얻었다는 것이다. 부채만 100조 원이 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최고경영자(CEO)로 2009년 부임한 이지송 사장은 ‘CEO 티타임’ ‘컵라면 미팅’ 등으로 직원들에게 한발 더 다가가려고 노력해왔다. ‘소통 경영’과 투명한 인사로 신뢰를 얻으면서 LH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16% 늘어난 15조 원, 당기순이익은 55% 증가한 7900억 원의 견실한 성적을 냈다.

위기일수록 조직원들을 아끼고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을 갖춰야 한다. 일은 결국 사람이 한다. 나카바야시 사장과 이석희 사장이 자기 시간을 쪼개 직원들과 소통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김상수 산업부 차장 ssoo@donga.com
#CEO#직원#데스크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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