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열 이용해 ‘10나노급’ 능가 반도체 기술 개발

  • Array
  • 입력 2012년 5월 10일 03시 00분


코멘트

이화여대 남구현 특임교수 ‘네이처’ 표지 논문에 선정

건물에 균열(crack)이 생기면 위험하다는 신호다. 지금까지 균열은 공학적으로 쓸모없고 피해야 하는 대상이라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었다. 하지만 국내 연구진이 ‘발상의 전환’을 통해 균열로 반도체 나노소자를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현재 반도체 소자의 한계로 여겨지는 10나노급보다 더 작은 반도체 소자를 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남구현 이화여대 초기우주과학기술연구소 특임교수(33·사진)는 9일 “원하는 위치에서 균열을 만들어 원하는 위치에서 균열을 멈추게 하는 기술을 개발한 뒤 이 기술을 이용해 머리카락 굵기보다 가는 나노소자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를 이용해 연구진이 소속된 학교인 ‘EWHA(이화여대)’ ‘KAIST’를 비롯해 가수 아이유의 이름 ‘IU’를 영문으로 새기는 데도 성공했다. 글자의 폭은 수십 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에 불과하다. 연구진은 이 기술을 10nm보다 작은 반도체 소자 제작 공정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남 교수는 “논문 심사위원들이 균열을 이 정도 수준으로 정교하게 제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극찬했다”면서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실제 기술로 개발할 때까지 외국의 도움 없이 100% 순수 토종 기술로 완성했다는 게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 과학학술지 ‘네이처’ 10일자 표지 논문으로 선정됐으며 남 교수의 ‘데뷔 논문’이기도 하다.

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
#반도체#신기술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