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비상경영에 배당 제대로 못했다더니… 작년 배당률, 일반기업의 2배

  • Array
  • 입력 2012년 1월 14일 03시 00분


코멘트

“올해는 더 많이 배당”… 끝모를 탐욕 도마에

지난해 순익이 사상 최대치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되는 국내 시중은행들이 앞다퉈 주주들에게 고배당을 약속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비상경영을 하면서 그동안 이익을 충분히 돌려주지 못했다는 것이 이유다.

하지만 동아일보 취재 결과 은행들의 이익 대비 배당액 비율은 어느새 전체 상장회사 평균의 두 배 이상으로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부실이 생기면 국민 혈세로 메우고, 이익은 철저히 챙기는 금융권의 이중 잣대가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 은행 배당 비율, 일반 기업의 두 배

13일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 한국금융연구원 등에 따르면 2010년 국내 은행 및 지주사들의 배당성향(당기순이익 중 배당으로 나가는 비율)은 평균 32.9%였다. 100원의 이익이 생기면 그중 30원 이상을 주주들에게 지급했다는 뜻이다. 이는 같은 해 전체 상장사(12월 결산법인) 배당성향 평균(16.3%)의 두 배가 넘는다. KB금융지주가 883억 원의 순익 중 412억 원(46.7%)을 주주들에게 돌려줬고, 2조3811억 원의 순익을 올린 신한금융지주도 5862억 원을 배당에 썼다. 특히 SC제일 외환 한국씨티 등의 평균 배당성향은 56%에 이르렀다. 자연스레 국부 유출 논란이 나온다.

국내 은행들의 배당은 원래부터 이렇게 후하진 않았다. 호황기였던 2000년대 중반에는 일반 상장업체들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낮았다. 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연봉 삭감과 구조조정의 회오리 속에 배당성향이 5%대로 추락했다. 하지만 위기에서 벗어난 2009년 은행의 배당성향은 22.2%로 상장사 평균(18.5%)을 추월하더니 2010년에는 두 배까지 벌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들은 2월 이사회를 열어 2011년 배당액을 결정할 예정이다. 지난해 18개 국내은행의 순이익은 3분기까지만 12조 원을 넘어 연간 기준으로 2007년(15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공개적으로 고배당 의지를 밝힌 상황이다.

○ ‘은행은 일반 사기업과 다르다’

금융당국은 국내 은행들이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때 정부 지원과 국민 희생 덕분에 살아난 측면이 있는 만큼 순익이 많이 났다고 해서 고배당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금융당국의 고위 관계자는 “은행지주회사의 배당 규모가 과거 수준을 넘지 못하도록 일종의 ‘배당 상한선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려울 때는 정부에 손을 벌리다가 잘나갈 때는 ‘돈 잔치’를 벌이는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를 사전에 막겠다는 뜻이다. 최근 미국 월가 점령 시위로 금융권 탐욕에 대한 여론이 전 세계적으로 악화된 점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은행권은 “배당이 적으면 외국인 주주들이 떠나갈 수 있다”며 고배당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들의 외국인 지분은 우리금융을 제외하면 대부분 60%를 넘는다. 은행 경영진은 사실상 주인이나 다름없는 외국인 주주에게 신임을 얻기 위해 배당규모를 높게 유지할 수밖에 없다. 선진국에 비해 국내 은행들의 배당성향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는 점도 은행권이 내세우는 논리 중 하나다. 특히 배당 권한은 원칙적으로 해당 기업에 있으므로 은행권과 배당규모를 규제하려는 당국의 마찰까지 예상되고 있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은행은 망하면 국민 세금이 들어가야 한다는 점에서 일반 사기업과 다르다”며 “배당성향이 적어도 일반 기업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