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대통령 관심사안을 국세청 국장이 가로막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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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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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형준 경제부 기자
황형준 경제부 기자
체납된 세금을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위탁해 징수하는 방안을 두고 기획재정부와 국세청 간에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업무 효율성을 내세우는 재정부의 논리와 제도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국세청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정부는 올해 세법개정안에 이 같은 내용의 국세징수법 개정안을 담아 발표했다. 2008년 기준으로 20조 원에 이르는 체납 세금을 효율적으로 걷기 위해 공공기관에 위탁하고 국세청은 다른 업무에 매진하도록 하겠다는 것이 개정안의 취지다.

하지만 국회 논의를 거치면서 논란은 커졌다. 기획재정위원회 전문위원실은 이 방안에 대해 “체납자의 재산상태나 납부능력에 대한 고려 없이 무분별한 징수가 이뤄져 사회복지 차원의 배려가 소홀히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자칫 ‘조세청부업자’가 생길 수 있다는 논리다. 애초부터 이 법안에 난색을 표하던 국세청은 17일 비공개로 열린 조세소위원회에서 “민간 위탁이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다. 체납자의 재산상태나 신용정보가 민간에 넘어가면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며 거듭 반대 의지를 밝혔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번엔 재정부가 반격에 나섰다.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공정사회 추진회의에서 합의된 내용을 국세청이 뒤늦게 뒤집으려 한다며 국세청을 압박했다. 국세청은 부작용에 대한 의원 질의 답변 과정에서 나온 실무자의 개인 의견이라고 해명했지만 대통령의 관심사안을 국세청 국장이 공개적으로 반대한 것을 놓고 “레임덕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것 아니냐” “힘 있는 권력기관인 국세청이 고유 업무를 뺏기지 않으려 한다”는 등 여러 말도 나온다. 재정부 관계자는 “법안 통과시한이 다음 달 2일까지인데 아직 조세소위를 통과하지 못해 기다리는 상황”이라며 답답한 심경을 드러냈다.

재정부와 국세청이 내놓은 논리에 일부 수긍이 가는 점이 있더라도, 부처 이기주의에서 비롯된 ‘파워 게임’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도 때문에 정작 중요한 문제가 뒤로 밀리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매년 결손처분되는 세금이 7조 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체납세금만 제대로 거둬도 재정건전성을 상당 부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정부 안팎의 견해다.

황형준 경제부 기자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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