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쌓은 레시피 1만개로 한식 더 맛있게 더 편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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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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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워홈 간편식 브랜드 ‘손수’ 총지휘… 고재길 수석 총조리장

고재길 아워홈 수석총조리장이 경기 성남시 아워홈 식품연구원에서 간편식 브랜드 ‘손수’ 제품의 맛과 냄새를 살펴보며 꼼꼼히 평가하고 있다. 성남=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고재길 아워홈 수석총조리장이 경기 성남시 아워홈 식품연구원에서 간편식 브랜드 ‘손수’ 제품의 맛과 냄새를 살펴보며 꼼꼼히 평가하고 있다. 성남=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호텔의 외국인 셰프들은 그에게 요리법을 가르쳐주지 않았다. 몰래 쓰레기통을 뒤져 레시피(조리법)를 주워서 공부했다. 퇴근 후 아무도 없는 주방으로 돌아와 혼자 연습했다. 1977년 요리를 시작한 후 지금까지 하루에 4시간 이상 자지 않은 그는 한국국제요리경연대회 대상, 국가품질경연대회 대통령 최우수상 등을 휩쓸며 요리 명장으로 우뚝 섰다. 고재길 아워홈 수석총조리장(61) 이야기다. 이런 그가 아워홈의 간편식 브랜드 ‘손수’의 메뉴 개발을 지휘하며 한식 세계화에 35년 요리 인생의 승부수를 던졌다.

○ 세계 요리를 손안에

지난달 28일 경기 성남시 중원구 아워홈 식품연구원에서 만난 고 조리장은 돼지 뒷다리살을 카레로 절인 요리를 개발하고 있었다. 다섯 종류의 카레를 섞은 다음, 직접 말려 가루를 낸 허브를 넣어 고기를 재웠다. 그는 “반응이 좋으면 제품으로 만들겠다”며 기자에게 시식을 권했다. 카레향이 향긋한 데다 고소하고 부드러워 퍽퍽한 돼지 뒷다리살이라고 믿기 어려웠다.

고 조리장이 요리의 길에 접어든 것은 우연이었다. 군대에서 장교의 식사를 담당하던 그는 제대 후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던 중 호텔에서 일하는 친구를 보며 군대에서의 기억을 떠올렸다. 1977년 서울 중구 소공동 서울웨스틴조선호텔을 찾아갔다. 채소 다듬기 같은 일만 주어지자 외국인 요리사들이 쓰고 버린 레시피를 주워 분석하고 밤에는 몰래 주방에 들어가 어깨너머로 본 요리법을 기억하며 연습했다. 그는 영어로 흘려 쓴, 누렇게 바랜 종이가 잔뜩 붙은 손때 묻은 수첩 여러 권을 보여줬다. 그 시절 모은 레시피들이었다. 그는 “열정적으로 요리하는 외국인 셰프들이 정말 멋져 보였다. 나도 그들처럼 살고 싶었다”고 말했다. 6년 만에 그는 한국인이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자리인 주방장에 올랐다. 한식뿐 아니라 중식, 양식, 일식 등 각국 요리를 익혔다. 소시지를 배우기 위해 독일로 가는 등 세계 23개국을 다니며 요리법을 익힌 그가 보유한 레시피만 1만 개가 넘는다. 2000년 워커힐호텔 외식사업부 수석조리장으로 자리를 옮겨 서울 중구 태평로1가 서울파이낸스센터의 고급 중식당인 싱카이, 일식당인 이키이키(현 키사라), 양식당 메짜루나 등의 메뉴 개발을 총지휘했다.

○ “간편식으로 한식 체험 넓힐 것”

2004년 아워홈은 싱카이 등 워커힐의 외식사업부 일부를 인수했다. 평소 고 조리장을 눈여겨본 구자학 아워홈 회장은 이때 그를 직접 스카우트했다. 외식 및 급식사업을 맡던 그는 올해 초 ‘손수’ 메뉴 개발에 합류했다. 2007년 탄생한 ‘손수’는 육개장, 우거지탕, 냉면 등 제품 종류가 170개가 넘는다. 집에서 요리를 할 시간이 줄어들면서 가열만 하면 먹을 수 있는 간편식 시장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간편식에 대한 고 조리장의 철학은 뚜렷하다.

“서민들도 영양가 있고 맛 좋은 음식을 부담 없는 가격에 먹을 수 있어야 합니다. 조미료를 넣지 않고 만든 ‘손수’는 이에 꼭 맞지요. 구자학 회장님도 식사의 상당수를 ‘손수’로 하시는걸요.”

그는 “간편식은 한식을 세계화하는 데도 아주 그만”이라고 강조했다. 음식은 경험이 중요한데, 한식에 대한 경험을 확산시키기에 데우기만 하면 먹을 수 있는 간편식이 안성맞춤이라는 것이다. 그는 “각 나라 외국인이 어떤 맛을 좋아하는지 잘 알고 있다”며 “한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의 입맛에도 맞는 간편식을 많이 개발해 한식이 세계에서 사랑받는 음식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성남=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고재길 아워홈 수석총조리장 ::


1977년 서울웨스틴조선호텔 입사, 주방장 2000년 워커힐호텔 외식사업부 수석조리장 2004년 보건복지부장관 표창장 2005년 국가품질경연대회 대통령 최우수상 수상 2007년 대한민국 조리명인 선정 2008년 미국 에디슨볼룸 유엔외교사절 초빙 리셉션만찬 수석총괄셰프 2009, 2010년 한국국제요리경연대회 대상 2011년 대한민국 신지식인 선정

아워홈 수석총조리장(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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