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브랜드와의 협업으로 탄생한 자동차들.
현대자동차 ‘제네시스 프라다’(위) 디자이너 도나텔라 베르사체의 손길이 닿은 ‘BMW 미니 쿠퍼 컨버터블’(왼쪽) 루이뷔통 3단 가방이 쏙 들어가는 인피니티의 컨셉트카 ‘에센스’.
《현대자동차 ‘제네시스 프라다’가 전시돼 있는 서울 청담동 ‘비욘드 뮤지엄’. ‘제네시스 프라다’라는 로고는 어디에 있는지 찾기 위해 전시돼 있는 차량을 한 바퀴 빙 돌았다. 로고는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다. 좀 더 자세히 보니 자동차 앞바퀴 위 펜더에 15㎝가량의 가늘고 긴 모양새로 붙어 있다. 일부러 자사 로고를 잘 보이지 않는 곳에 놓아두는 명품 브랜드의 노출 전략을 따온 것 같다. “알 만한 사람만 알아주면 된다”는 듯 도도하다.》 ○프라다와 만난 현대차
현대차가 프라다와 협업으로 만든 제네시스 프라다는 일반 제네시스와 뭐가 다를까. 현대차는 섬세하고 부드러운 펄(pearl·진주) 느낌이 강조된 차체 색상, 프라다 고유의 사피아노(Saffiano) 가죽으로 만든 내장재, 엠블럼을 포함한 모든 금속에 적용된 다크 크롬 등을 차별화 요소로 꼽는다.
양 사는 차의 색상 선택에 특히 공을 들였다고 한다. 제네시스 프라다에는 진주처럼 빛을 반사되는 느낌을 주기 위한 특수 도장 방식이 적용돼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빛의 방향에 따라 색상의 은은한 분위기가 달라져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색상은 ‘블랙 네로(흑색)’, ‘블루 발티코(청색)’, ‘브라운 모로(갈색)’ 등 3가지다. 가장 잘 팔리는 것은 블랙 네로로 전체 판매의 70%를 차지한다. 이어 청색과 갈색 순이다.
엠블럼과 라디에이터 그릴, 아웃사이드 도어 핸들 등 차량의 모든 금속 부위에 적용된 다크 크롬은 차의 묵직한 느낌을 더해준다. 프라다 가방 버클의 팔라듐 도금을 연상시킨다.
현대차 관계자는 “프라다가 2009년 서울 경희궁에서 가진 ‘프라다 트랜스포머’ 프로젝트의 한국 파트너를 물색하면서 양 사의 공동 기획이 시작됐다”며 “제네시스 프라다가 프라다 최초의 자동차 협업 프로젝트라는 점을 고려하면 현대차의 글로벌 위상도 굉장히 높아진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물론 현대차로서도 명품 브랜드와의 협업 프로젝트는 이번이 처음이다.
○패션·오디오 브랜드와 궁합 좋아
자동차업계에서 명품 브랜드와의 협업 프로젝트는 브랜드 이미지를 한층 끌어올리는 데 효과적이다. 패션·시계·오디오 업체가 협업의 단골손님이다. 고객층이 비슷하다 보니 자동차를 연결고리 삼아 두 브랜드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판단해서다.
인피니티는 프랑스 명품 브랜드 루이뷔통과 손을 잡고 콘셉트카 ‘에센스’를 만들었다. 2011년 서울모터쇼에 전시된 이 차는 특이하게도 여행용 트렁크를 협업의 결과물로 내놓았다. 에센스의 트렁크에 쏙 들어가도록 디자인된 루이뷔통의 가방은 총 3단으로 구성됐다. 시로 나카무라 인피니티 수석 부사장이 가방의 외관 라인을 직접 감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가방은 전 세계적으로 300점만 한정 생산됐다.
BMW그룹의 소형 프리미엄카 미니 쿠퍼 컨버터블은 디자이너와 작업한 차를 매년 경매로 내놓는다. 패션 디자이너 미쏘니, 페레에 이어 2006년에는 이탈리아 패션 디자이너 도나텔라 베르사체가 특별 디자인한 미니 쿠퍼 컨버터블이 인터넷 경매사이트 이베이에서 판매됐다. 이 차는 1유로에서 시작해 40시간 만에 12만5049유로(약 1억9600만 원)로 뛰어오르며 폭발적 인기를 얻었다.
○자동차와 고급 시계의 공통분모
벤틀리는 2003년 시계 제조사 브라이틀링과 함께 ‘브라이틀링 포 벤틀리’ 라인을 만들었다. 두 브랜드는 서로의 공통점으로 ‘정교함에 대한 열정’과 ‘명성과 성능의 결합’을 꼽았다. 지난해 양 사는 벤틀리의 2도어 쿠페 ‘컨티넨털 슈퍼스포츠’와 어울리는 브라이틀링의 ‘벤틀리 슈퍼스포츠 스페셜 시리즈’를 출시했다. 컨티넨털 슈퍼스포츠는 벤틀리가 ‘컨티넨털 라인업 궁극의 모델’로 꼽는 차량이다.
브라이틀링은 슈퍼스포츠의 우아하면서도 강렬한 이미지를 시계에도 그대로 살리기 위해 고심했다는 후문이다. ‘벤틀리 슈퍼스포츠 스페셜 시리즈’ 시계는 전 세계에 1000개만 한정 발매됐고, 국내 판매 가격은 1200만 원으로 고가임에도 22개가 팔린 것으로 알려진다.
아우디코리아도 2007년 아우디 TT 출시를 기념해 구매 고객 30명 한정 선착순으로 까르띠에의 ‘로드스터’ 시계 한정판을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시가 500만 원 상당의 이 시계는 자동차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것으로, 곡선과 입체미가 레이싱카를 연상시킨다는 평가를 받았다.
일반 모델보다 가격이 훨씬 비싼 협업 프로젝트 제품은 생각보다 판매 현황이 쏠쏠하다. 김충호 현대차 국내영업본부 부사장은 “지난달 17일 출시한 7900만 원짜리 제네시스 프라다가 이달 8일 현재 이미 200대 예약됐다”며 “대구와 대전 등 지역의 중견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많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