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투데이]한국은행 모호한 통화정책… 물가불안 더 부추길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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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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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원 삼성증권 채권분석팀장
최석원 삼성증권 채권분석팀장
3월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7%로 치솟았다. 올해 들어 계속 한국은행의 목표치 4%를 넘어서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채권시장은 크게 반응하지 않았다. 어느 정도 이 수치를 가격에 반영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정부는 봄이 되면 농축산물 가격이 내리면서 물가도 안정될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이 정도 수준에서 물가가 고점을 기록하고 내려간다면 채권시장의 밋밋한 반응은 충분히 이해된다. 통화정책 정상화에 보수적인 한국은행이 정책금리를 빠르게 정상화할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물가와 통화정책에 관해 몇 가지 우려될 만한 점이 발견된다.

무엇보다 3월 물가가 고점인지가 불투명하다. 일부 언론에서 지적한 것처럼 이번 물가는 다분히 정부의 미시적 정책 결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즉, 등록금과 급식비 등 공공 부문에서의 가격 하락을 제외할 때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를 넘어선다. 공공 부문이 물가 상승 압력을 흡수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물가도 다시 올라갈 여지가 있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을 통한 물가안정 의지가 의심받고 있다는 점이다. 알려진 대로 최근 들어 인플레이션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은 통화정책 정상화를 꾀하고 있고 이 때문에 시장금리도 오르고 있다. 심지어는 상황이 어려운 유럽에서도 정책금리 인상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오히려 외부 불확실성 때문에 정책금리 인상을 늦추거나 올려 봤자 한두 번일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이러한 기대는 그동안 한국은행이 보여준 단호하지 못한 행동 때문이다. 우리 중앙은행은 물가가 이미 목표치를 넘었지만 빠른 대처를 통해 안정시키려 하기보다는 이런저런 문제 때문에 느린 속도로 대처할 것이라는 기대를 심어주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채권 투자자들은 싸게 자금을 조달해 이보다 금리가 약간 높은 채권에 투자하는 식으로 낮은 단기조달 금리를 최대한 활용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시장금리는 펀더멘털에 비해 낮은 상태에 머물게 되고 경제 주체들은 인플레이션이 안정화될 것이란 기대를 하기 어렵게 된다.

물론 한국은행 총재는 다양한 채널을 통해 한국은행의 첫째 목표가 물가 안정이라는 점을 반복해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다른 상황이 발생하면 물가에 대해 느슨해질 수 있다는 행동을 여러 번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선 결국 행동에 있어서 단호함을 보여야 한다.

정책적 결정은 분명 선택이다. 그리고 단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평가되는 것이 적절하다. 하지만 통화정책은 기본적으로 단기정책이다. 물가가 급하게 오르고 있는 시기, 즉 기대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상승하는 시기에는 더욱 그렇다. 지금과 같은 대응으로는 통화정책으로 기대 인플레이션이 안정될 것이라고 보긴 어렵다. 국민이 물가 안정을 추구하기 위해 중앙은행에 수많은 사람의 부를 임의로 이전할 수 있는 엄청난 권한을 줬다는 점을 고려할 때 아쉬운 일이다.

최석원 삼성증권 채권분석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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