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저소득층 시장에 대한 7가지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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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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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좋고 싸면 잘 팔린다? 유통망-서비스혁신 잊지 말라

DBR 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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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때 ‘돈 안 되는 시장’으로 홀대받던 저소득층 시장이 최근 주목받고 있다. 기업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견고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아프라시아(아시아+아프리카), 남미 등 저소득층 시장에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이런 식의 기업 투자와 혁신이 상품시장에서 소외된 빈곤층의 삶의 질을 높이고 일자리를 창출해 빈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크다. 이른바 ‘피라미드 하부(BOP·Bottom of the pyramid) 전략’이다. 하지만 이 신흥시장에서 성공한 글로벌 기업은 많지 않다. BOP 시장의 잠재력에 대한 막연한 환상과 현지시장에 대한 오해 때문이다. 》
○ 오해 1: 무조건 싸야 한다

하루 2달러 정도로 살아가는 저소득층 소비자의 구매력을 고려하면 가격은 최대한 저렴해야 한다. 하지만 품질과 기능을 희생하는 식의 가격 인하는 무의미하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저소득층도 생필품 등을 구매할 때 적절한 품질을 갖춘 브랜드를 선호하며 자존심, 야망, 정신적 만족 등 ‘고차원적 가치’를 추구하기 위한 소비를 위해 지갑을 연다. 정호성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식품이나 화장품의 경우 내용물의 품질은 그대로 유지하되, 용량이나 용기 품질을 조절하는 전술이 필요하다”며 “전자제품이나 자동차의 경우 품질을 과도하게 낮추거나 안전을 무시한다면 중장기적으로 득보다 실이 크다”고 말했다.

○ 오해 2: 쪼개 파는 게 항상 옳다

BOP 시장에서는 ‘상품 용량을 쪼개 가격을 낮추라’란 마케팅 전략이 통용된다. 소득이 불안정하고 일용직이 많은 저소득층의 현금 흐름을 고려해 가격을 책정하라는 것. 인도 힌두스탄유니레버(HUL)가 인도 시장에서 4센트짜리 소포장 샴푸를 내놔 성공을 거둔 게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이 전략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AC닐슨의 조사 결과 포장 규모에 따른 상품 판매량은 도시와 농촌이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샴푸나 면도기를 제외한 비스킷, 잼, 세제, 휴지의 경우 소포장 제품의 인기가 높지 않았다.

○ 오해 3: 저소득층은 지불 능력이 거의 없다


빈곤층 대상 소액대출은 과거에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일이었다. 대출을 심사하고 회수하기 쉽지 않은 데다 수익성도 낮기 때문이다. 인도나 남미의 기업들은 현지 소비자의 특성을 활용해 한국의 계와 같은 자조(自助) 집단을 구성하거나 공동부담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베네수엘라 위성방송 업체인 디렉TV도 한 달에 60달러짜리 고가의 위성방송 서비스로 빈곤층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저소득층은 여러 가구가 한 대의 수상기로 TV를 시청하기 때문에 요금 분담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 오해 4: 제품만 좋으면 무조건 잘 팔린다

인도 기업 서벌스는 저소득층을 위해 일반 석유버너보다 연료비가 30% 덜 들고 내구성도 두 배나 좋은 신제품 조리기구 ‘비너스’를 선보였다. 회사는 값은 기존 제품의 갑절에 가까웠지만 내구성과 연료비 절감 효과로 두 달이면 본전을 뽑을 수 있으니 충분히 팔릴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소비자들이 낯선 조리기구의 장점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회사는 제품을 새로 설계해 가격을 낮추고 유통 마진과 수수료를 개선해 2008년 수백만 대를 판매했다. 고중선 모니터그룹 이사는 “상품혁신 못지않게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유통망과 서비스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오해 5: 현지화가 성공 보증수표다

신흥시장 공략을 위해 현지화는 필수적이지만 이것만으로 현지기업을 능가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최순규 연세대 교수는 “다국적 기업은 현지 기업이 제공할 수 없는 글로벌 통합과 표준을 제공해야 한다”며 “되도록 최신 기술과 디자인 제품을 내놓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현대자동차는 1998년 최신 소형 승용차인 아토스를 인도 현지에서 ‘상트로’라는 이름으로 판매해 2년 만에 소형차 시장 1위를 차지했다. 현지 경쟁사가 10년 이상 노후한 모델로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는 약점을 이용한 것이다.

○ 오해 6: 선진국에서 개발해 신흥시장에 판다

신흥시장을 단순한 판매 기지로 봐서는 안 된다. 선진국을 능가하는 새로운 혁신의 원천이 될 수 있다.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의료기기 사업부는 중국 시장에 연구개발센터를 설립하고 현지에 맞게 크기도 작고 기존 제품의 절반 내지 3분의 1에 불과한 1만5000달러짜리 소형 초음파 검사기를 개발했다. 영세한 중소 병원이 많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이 제품은 선진국 시장으로 역수출돼 휴대용 초음파 기기라는 틈새시장을 만들었다.

○ 오해 7: BOP 시장은 하나다

농촌, 도심 슬럼, 분쟁지역 등으로 구성된 BOP 시장을 하나의 거대한 시장으로 보거나 최저소득층에게만 집중하는 고정관념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최동석 KOTRA 뭄바이센터장은 “인도 농촌지역이 피라미드의 허리 부분으로 빠르게 이동해 밑변이 큰 피라미드 구조에서 허리가 큰 다이아몬드꼴로 바뀌고 있다”며 “현재보다 미래를 보고 전략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BOP 전략과 구체적인 실행 방안 및 사례는 DBR(동아비즈니스리뷰) 77호 스페셜리포트에 실려 있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 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77호(2011년 3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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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색한 군주가 자비로운 군주보다 낫다고?

▼ 메디치 가문의 창조 경영 리더십


“고결해 보이는 행동은 파멸을 초래한다. 반면 사악해 보이는 행동은 지위를 강화하고 번영을 낳는다.” 현대정치학의 시조로 불리는 마키아벨리는 저서 ‘군주론’에서 메디치 가문의 리더에게 자비로운 군주가 아닌 인색한 군주가 되라고 당부했다. 많은 사람은 마키아벨리가 권력 쟁취를 위해 권모술수를 부리라고 선동하는 악한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이는 오해다. 그는 오랜 경험을 통해 군주가 백성에게 보여주는 자비로움과 너그러움은 허세나 자기 과시에서 비롯된다고 판단했다. 군주가 품위 유지를 위해 국가 자원을 낭비하거나 과도한 세금을 징수해 더 큰 문제를 불러일으킨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군주가 처음부터 냉정하고 인색하게 굴어서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더는 자신의 운명을 알고, 운명의 주인이 되기 위해 비르투스(Virtus·탁월함)를 추구해야 하는 존재라는 게 마키아벨리의 시각이다. 운명의 주인이 되려는 리더는 고상한 이론보다 냉정한 현실을 중시한다. 현실적인 필요에 따라 신속하게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소셜 커머스, 새 고객을 단골로 만들려면…

▼ Hightech Marketing Group


실전 솔루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한 전자상거래 업체인 티켓몬스터. 이 회사에서 가장 비싼 제품은 웨딩 관련 서비스로 할인 폭이 67%나 됐다(2011년 1월 기준). 가격이 450만 원에서 150만 원으로 떨어지자 구매자가 296명이 몰렸다. 이처럼 소셜커머스는 가격 책정법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소셜커머스는 고객이 제품을 구매한 뒤 할인 가격을 적용받기 위해 직접 제품을 홍보하고 추가 구매자를 모집한다는 점에서 기존 단체 할인과는 다르다. 소셜커머스는 고객이 SNS를 통해 개인적인 친분을 활용해서 다른 고객을 모집한다. 그래서 여느 마케팅보다 전파력이 강하다. 반면 무리한 판매는 서비스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신규 고객을 어렵게 확보해도 이들을 단골로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또 부정적인 구전 마케팅은 기업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따라서 소셜커머스를 잘 활용하려면 저가 제품으로 단발성 고객을 유인한 뒤 회전율을 높이는 전략을 쓸지, 신규 고객을 단골로 유지하려는 전략을 이용할지 등을 명확하게 정해야 한다. 또 신규 고객을 단골로 바꿀 수 있는 마케팅 인프라를 잘 구축해야 한다.



데이터 분석기법 통한 경쟁력 강화 노하우

▼ MIT슬론매니지먼트리뷰


2002 년 미국 애틀랜타 귀넷 카운티의 한 공립학교는 고민에 휩싸였다. 성적 저하로 학업을 중도에 포기하는 학생이 속출했기 때문이다. 이 학교의 시스템 책임자들은 학교 내에 축적된 각종 데이터의 패턴과 예측 변수 등을 분석하는 기법을 활용하기로 했다. 데이터 분석을 해보니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졸업하지 못한 학생 중 상당수는 9, 10학년에 배우는 대수학 과목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더 자세히 분석해 보니 대수학을 배우기 전에 이미 수학을 어려워했던 학생들은 대부분 8학년에 배우는 창의적인 글쓰기 과목에서 저조한 성적을 냈다. 이에 따라 귀넷 학교는 학생들이 창의적인 글쓰기 수업을 성공적으로 이수할 수 있도록 많은 자원을 투입했다. 창의적인 글쓰기 과목 통과율이 높아지자 대수학 통과율 역시 높아졌다. 결국 졸업하는 학생들의 비율도 가파르게 상승했다. 2010년 귀넷은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 격차를 좁힌 성과를 인정받아 상을 받기도 했다. 분석 기법을 잘 활용하면 정보가 가치 있는 통찰력으로 바뀐다는 점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 데이터 분석 기법을 활용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노하우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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