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읽기]환율정책 보면 외국인 투자자금 흐름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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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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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생상품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지난주 옵션 만기일 충격은 상당히 당혹스러웠다. 동시 호가 시작 전 프로그램 매매 사전 공시 물량이 순매수 3000억 원대였으나 동시 호가 시작과 함께 갑자기 순매도 1조5000억 원으로 돌변했다. 모니터를 보고 있다가 “이건 뭐야?”라는 고함이 저절로 튀어나왔고 분주히 진위 파악에 나섰지만, 이런저런 추정밖에 할 수 없었다. 옵션이나 선물 만기일의 대량 주문은 주가지수 선물이나 주가지수 옵션, 주식 바스켓 사이에서 상대가치 매매(상대적으로 싼 것을 사고 비싼 것을 파는 매매)를 하는 차익거래자들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그날은 매수 우위가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이번 파장이 던져준 충격은 다른 무엇보다 외국인 투자자금의 갑작스러운 이탈이 우리나라 금융자산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실감했다는 데에 있다.

지금까지의 상황은 단발성 악재에 그치고 있는 것 같다. 외국인은 주식시장에서 계속 순매수하고 있으며 주가도 1,900을 지지선으로 상승을 모색하고 있다. 저금리 추세와 미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강세 기조는 지속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고, 신흥국가의 금융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유동성은 충분히 공급되고 있는 상황이다.

외국인 투자자금과 관련해 가장 유심히 보아야 할 것은 환율이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는 신흥국에서 적정 수준 이상의 외환보유액을 유지하기 위해 구사하는 환율 정책을 허용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린 듯하다. 이는 외국인 자금 유입 규제 등과 같이 환율의 급격한 절상을 막기 위해 정책 수단을 강구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준 셈이다. 우리나라도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하기 위해, 그리고 외국인 투자자금의 유입에 따른 국내 금융 자산 가격의 과도한 상승과 이로 인한 부작용을 막기 위해 여러 정책 수단을 동원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외국인의 국내 채권 투자에 대해 세금 원천징수를 부활한다는 것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추가적으로 과도한 외화 유출입에 대한 규제가 가해질 것이라는 예상이 존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원-달러 환율은 1100원대를 강력한 지지선으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다른 나라 통화 환율의 움직임이나 우리나라 경제 여건을 고려해 볼 때 원화 환율이 달러화 대비 절상될 것이라는 기대감은 여전하다. 외국인 자금 유입에 대한 우리나라의 여러 정책이 ‘시장 결정적 환율제도 이행’이라는 전제하에서 원화 절상의 속도를 조절하기 위한 정책이라고 인식된다면 외국인의 투자는 지속될 것이다.

원화 환율에 대한 과도한 절상 기대를 진정시키려는 정책이 환율시장의 불확실성을 높이지 않아야 한다. 환율의 움직임에 주목하면서 다른 금융자산 시장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문경석 KB자산운용 파생상품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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